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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사 파업에 백기 투항… 정부의 무능 때문 아닌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20년 만에 벌어진 전면적인 의사 파업이 보름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합의문에 의료계가 요구한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원점 재논의’ 등이 명문화돼 정부가 백기 투항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파업 초기 초강경 입장을 내놨던 여권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었다.

공공의료 개혁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지역 의료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의 지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의제였다. 그렇지만 정책 취지가 아무리 옳더라도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과 소통, 정교한 수단 선택, 적절한 정책 타이밍 등이 행정학이나 정책학 교과서가 가르치는 조건들이다.

여권은 이 모두에서 실패했다. 정책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와의 협의와 설득이 기본인데, 공청회 한번 없이 밀어붙였다. 일반 국민에 대한 정책 홍보와 소통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총선 압승 이후 체질이 된 오만과 강압적 성향을 뚜렷이 드러냈다. 공공의대 학생 추천자에 시민단체를 포함한다고 예시해 현대판 음서제 논란까지 일어났다. 공공의대 설립 시 총장은 대통령이, 이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공공의료 확대 정책이 애초부터 친정권 성향 인사들의 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기획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책 수단이 이렇게 객관성과 합리성이 떨어지는데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리 없다. 게다가 정책 추진 시점도 코로나19가 잠시 누그러졌지만, 외국에서는 2차 감염이 확산하던 때였다.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할 게 불을 보듯 뻔한 이 정책을 방역 당국과 제대로 협의도 없이 들고 나왔다.

정부의 정책 실패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도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정책 수단에서도 공급 요인은 아예 도외시하고 규제책만 남발하다 가격 폭등과 전세 대란을 불렀다. 단기적 정책 수단으로는 자제해야 할 세법까지 동원했다. 이번 의사 파업 사태에서 여당도 여당이지만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인 보건복지부의 잘못이 매우 크다.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박능후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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