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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개인정보와 가명정보

고학수 (서울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8월 5일 데이터 3법이 시행되기 시작해 한 달이 지났다. 데이터 3법 시행과 함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확대 개편돼 새로이 출범했다. 데이터 3법의 시행은 데이터 시대의 본격화를 알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데이터 3법으로 시작된 큰 변화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가명정보 개념의 도입이다. 가명정보의 개념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에 유사한 형태로 도입됐다. 두번째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변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이 되었고 정보통신망법에 있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역할 대부분은 이 위원회가 수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조사 및 처분 권한이 부여되었다.

조사 및 처분 권한이 부여되었다는 것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직접 조사 권한을 행사해 문제가 확인되면 상당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데이터 3법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가명정보 도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가명정보란 개인정보에 일정한 변화를 주어 그 자체로는 개인에 관한 식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한 정보를 말한다. 가명정보의 개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가명정보 활용은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방역 당국에서 확진자에 대해 실명을 밝히지 않고 번호를 부여해 동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가명정보 활용의 중요한 예이다.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확진자의 신원 정보가 밝혀지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방역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는 일반 대중과 공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명정보의 개념은 정보의 유용한 활용이나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명정보의 개념이 물샐틈 없이 완벽한 개념은 아니다. 가명 처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개인에 대한 재식별이 발생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문제 상황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 3법은 가명 처리가 이루어진 개인정보의 결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가명 처리된 데이터는 결합을 통해 좀 더 풍부한 내용을 포함하게 되면서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다른 한편, 데이터의 결합을 통해 규모가 커진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개인에 대한 식별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 다양한 속성 정보가 포함되면서 개인의 독특한 특징이 드러날 수 있고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제3의 정보와 연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식별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위험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이다.

데이터 3법 시행을 전후로 정부 당국은 여러 가지 준비를 해오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의 가명 처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고, 결합 전문기관 지정 계획을 공고하였다. 금융 분야에서는 정보의 가명 처리 및 익명 처리를 위한 별도 안내서가 마련되었다. 또한 최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제도 정비의 과정은 데이터 경제로 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와 관련된 영역은 특히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이 중요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법령이나 가이드라인 마련은 출발점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앞으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관행과 노하우를 만들어가는 데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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