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롤러코스터 탄 월가… 미 대선 시그널?

주가 호조 때 여당후보 90% 승리… 대선날까지 하락 땐 6번 정권교체


월스트리트저널은(WSJ)은 8일 증권사 BTIG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1928년 이후 미국 대선 직전 3개월여 동안 주식시장이 상승국면일 경우 현직 대통령이나 여당 후보가 90% 이상 승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소개했다. 8월 말 이후 증시가 대선 당일까지 하락한 경우는 6차례로 모두 여당이 패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률에 불과하지만 이 데이터는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10% 포인트 가량 뒤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가닥 희망이다.

그런데 8월 말까지 급상승 랠리를 이어오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냉탕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5대 기술주의 랠리로 상승하던 나스닥지수가 지난 3일 갑자기 4%대 폭락하고 다음 날에도 장중 10%가량 롤러코스터를 연출한 점을 예사롭지 않은 조짐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4%대 하락은 지난 3월 대폭락 이후 최대 폭이다. 지난달 7%나 상승하면서 8월 상승폭으로는 198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S&P500지수는 3~4일 이틀간 4.3% 폭락했다.

역사적인 데이터를 더듬어 보면 9월은 미 증시에서 가장 잔인한 달이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9월에 S&P500지수가 하락한 해는 지난 93년 중 54%인 50년이나 되고 평균 수익률도 -0.96%였다. 그나마 대선이 있던 해의 9월은 -0.3%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하락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술주 폭락을 과열을 잠시 식혀주는 ‘아름다운 조정’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계의 시각도 만만찮다. 기술주들이 미래의 성장성이 충분하기는 하지만 소수의 종목으로 장을 이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애플 아마존 등 5개 기술주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이 26%나 된다. 자칫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랠리를 주도한 이상으로 전체 시장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다. 닷컴 버블 붕괴의 재현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다지기 위해서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 경제를 비롯해 세계경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세계활동지수(CAI)는 1.3으로 6월보다 2.6포인트 하락했다. 미국도 8월 1.8로 4개월 만에 1.2포인트 떨어져 있다.

8월 실업률이 8.4%로 지난 4월 14.7%로 급등한 이후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앉는 등 수치상으로는 고용시장이 호전됐다. 하지만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비농업 취업자 증가폭이 5~6월 전월 대비 월평균 375만3000명에서 7~8월 155만3000명으로 둔화됐다. 8월 임시직 일시해고는 전월보다 306만3000명 감소했지만 임시직 영구해고는 53만4000명 증가했다. 영구해고 증가는 기업들의 이익이 신통치 않음을 의미한다. 이는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고용시장이 회복기조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실업률 호조를 이유로 추가 부양책 마련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8월 고용 호조세를 거론하며 신규 부양책 합의가 없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백악관이 추가 부양책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부양책에 회의적인 것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주정부에 대한 지원이 바이든표 획득에 도움을 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재정부양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적 꼼수를 지나치게 피우다 경기하강과 주식시장 하락세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트럼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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