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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광고’ 뭇매 맞더니, 착한 ‘앞광고’ 뜬다

예능서 ‘웃음 코드’로 만들고 중소기업 상품 판로 뚫어주는 공익적인 PPL 등장

방송가가 ‘앞광고’에 주목하고 있다. SBS ‘텔레그나’(위 사진)는 신개념 PPL 예능을 표방하면서 출연진이 PPL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성금을 모아 기부하고, MBC ‘놀면 뭐하니?”는 뜬금없지만 대놓고 PPL을 녹이면서 웃음과 신뢰감을 동시에 잡았다. 각 방송사 제공

“본 프로그램은 직접적인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를 기만한 유튜브 ‘뒷광고’와 노골적인 PPL(간접광고)이 연일 뭇매를 맞자 방송가 시선이 일제히 ‘앞광고’를 향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한 PPL에 그치지 않고 의미를 담아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착한 광고’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예능에서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또 다른 웃음 코드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BS 예능 ‘텔레그나’는 PPL이 곧 주인공이다. 신개념 PPL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하면서 출연진이 PPL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성금을 모아 기부한다. ‘오늘은 이 마을에서 착한 PPL을 해볼까 합니다’라는 자막처럼 출연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활로가 막힌 농가나 상황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을 타깃 삼아 이들 상품을 소개한다. 시청자들은 유튜브 뒷광고 사태 이후 텔레그나의 공익적인 PPL을 반기고 있다.

유튜브에도 착한 PPL이 등장했다.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를 위해 최근 탄생한 유튜브 ‘ㅎㅎ마트’는 소상공인의 상품을 노골적이지만 꽤 정성껏 노출한다. 15분 내외의 웹예능 형태로 제작하는데, 스타들이 출연해 구매를 유도한다. 소상공인방송정보원은 “기존 PPL과는 다르게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과 판매 디지털화를 위해 적극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MCN 다이아 티비는 농어촌에서 나는 상품을 대놓고 “사달라”고 홍보 중이다. 지난 4월 유튜브 ‘다이아 마켓’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 농수산물 판매를 도모하는 상생 프로젝트를 론칭했는데, 최근 공개된 4탄은 강원도 홍천군의 유기농 찰옥수수가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고양시 얼갈이 열무김치, 홍천 한우, 완도 전복장과 제주 광어회가 활력을 찾았다.

방송가에는 SBS ‘맛남의 광장’이 비슷한 PPL 방식으로 지역 특산물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면서 소비 촉진과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경로식당이 폐쇄돼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농어민을 위해 광고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맛남의 광장’의 중심인 백종원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강릉 못난이 감자 30톤과 해남 왕고구마 450톤을 사달라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예능에서 불붙인 왕고구마와 못난이 감자 열풍은 전국 이마트로 이어졌고 곧 매진됐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도 힘을 보탰다.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완도 다시마 2000톤을 사들여 ‘1라면 2다시마’라는 획기적인 상품을 출시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한 기존 PPL도 변화하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제작한 혼성그룹 ‘싹쓰리’ 뮤직비디오 제작 당시 PPL이 빛을 봤다. 유재석, 이효리, 비는 아예 “음료수 좀 마시자” “제작비를 지원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라는 대화를 나눈다. 촬영장에는 비가 광고를 찍었던 ‘깡’ 과자들이 편의점처럼 세워져 있다. ‘환불원정대’ 편에서도 유재석은 “억지스럽지 않은 PPL을 해야 한다”며 “출출하시죠? 호빵 드세요”라고 말했다. 뜬금없지만 대놓고 하는 광고가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이런 자막이 등장했다. ‘세호야 입 벌려. 제작비 들어간다’. 자막을 통해 앞광고라는 사실을 명시한 셈이다. 어떤 날에는 “상금 벌고 올게요”라는 자막을 달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퀴즈를 맞히는 게스트에게 상금 100만원을 선물하는 콘셉트인데 이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칫 과해지면 프로그램의 본질을 해칠 수 있는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경고한다. 그나마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에서는 앞광고를 비교적 수월하게 녹일 수 있지만, 드라마 등에서는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방향이 자리 잡은 후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PPL을 받아야 한다”며 “PPL부터 구한 뒤 설계에 들어가면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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