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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원칙과 형평성에 반한다

의사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이 어제부터 실시됐다. 의료진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로 연기된 끝에 치러진 시험이다. 국시 신청자는 총 응시 대상 3172명의 14% 수준인 446명에 불과하다. 대다수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철회 명문화를 요구하며 국시를 거부한 탓이다. 의대생들의 주장은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다.

응시 대상자의 실력행사로 국가 차원의 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고, 시험 접수 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한 전례는 없다. 의사라는 직능의 특수성과 코로나19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베푼 것이다. 다른 분야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왜 의대생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는 비판이 들끓을 만하다. 그럼에도 국시에 불응해 의사면허를 못 받게 된 책임은 오롯이 의대생들에게 있다. 그런 각오를 했기에 국민의 바람과 정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실력행사에 나선 게 아니겠나. 스스로 결정한 국시 거부에 따른 모든 불이익은 의대생 본인들이 기꺼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의대생들에겐 기회가 있었다. 정부·여당, 의사협회 간에 5개 항의 의료현안 합의문이 나왔을 때 실력행사를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준 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뿐이었다. 자신들의 기득권 앞에선 정부와 여당이 보증한 합의문은 한낱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이런 의대생들에게 추가 응시 기회를 주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국시 거부 의대생이 불이익을 받을 경우 강력한 수준의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민들은 생명과 건강이 위협당하는 피해를 입었는데 정작 자신들은 티끌만큼의 손해나 불이익도 보지 않겠다고 한다.

이들에게 추가 응시 기회를 주는 건 법과 원칙은 물론 형평성에 반한다. 특히 의사가 집단행동에 나서면 안 되는 것도 되게 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까 매우 걱정된다. 국시 거부 의대생들의 기저에도 설마하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설마가 잘못됐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 46만명 넘게 참여했다. 이게 국민의 마음이다. 의사 부족이라는 눈앞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원칙을 저버릴 경우 국민 생명권이 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볼모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정부가 먼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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