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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관에 분산된 물관리… 홍수나면 댐 탓만

통합물관리 백년대계 시급하다 ②

전북 남원 금지면 일대에서 지난달 11일 중장비가 동원돼 집중호우로 유실된 하천과 농경지를 응급 복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각 부처 취합·사진=연합뉴스

“대형 산불이 났는데 나뭇가지만 흔들어 원인을 찾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의 홍수 피해 조사를 두고 다수의 전문가가 이런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제방 붕괴·월류·시설관리 미흡 등 복합적 요인으로 수해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댐 운영’만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댐 관리 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30여명의 위원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사위에는 공무원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추천한 위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장마는 최장 기간(54일)을 돌파했고, 역대 두 번째 강수량(686.9㎜)을 기록했다. 21번의 폭우가 쏟아지며 하천 설계치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했고 제방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컸다. 42명의 인명 피해와 8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환경부는 “조사위를 꾸려 방류량, 방류 시기·기간, 방류통보 여부 등 댐 운영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며 “운영 관리상 문제가 드러나면 형사처벌 등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원인 분석과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댐 운영의 적정성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 전반을 보지 못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조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하천학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파이핑(흙 속에 물길이 형성되는 것) 현상으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커졌고 하천 관리 문제가 드러났다”며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수 공급에 방점을 두는 기존 댐 운영 방식은 이제 국민의 안전까지 고려할 시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소관 부처를 구분해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천의 수량·수질과 다목적·용수 댐은 환경부 소관이지만 하천시설은 중요도·규모에 따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이 구분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홍수 피해 이후 하천 관리를 맡는 국토부는 조사 등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 전문가는 “방류는 홍수통제소가 결정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프레임에 갇힌 환경부 내부 조사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국무조정실 차원의 범정부 TF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섬진강 수해 피해에 대한 환경부 조사는 면피용”이라며 “총리실 주도로 범정부 TF를 꾸려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문 개방 등 권한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있지만 전체 댐 관리는 국토부와 농어촌공사, 행안부가 관여하게 돼 있는 만큼 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물관리 일원화를 골자로 한 홍수방지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댐 관리는 환경부, 하천관리는 국토부로 나눠진 현행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해야 한다”며 “정부조직법과 하천법 등을 개정해 하천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통합하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댐 운영 관리를 조사하면서 하류 하천의 상황이 어땠는지도 함께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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