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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보급까진 빨라야 1년… 코로나와 장기 동거할 각오를”

[논설위원의 이슈&톡]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 인터뷰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일상을 회복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주일 넘게 100명대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확진자 10명 중 2명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이고, 위중·중증 환자는 150명대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에 가장 바쁜 방역 전문가 중 1명인 전병율(60)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예방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감염병 관리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9년 신종플루 때는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대응센터장으로 현장을 지휘했다.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선 가장 궁금하고 다급한 현안인 2.5단계 해제 시점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거리두기 2.5단계가 9월 13일까지로 연장됐다. 소상공인들은 “이러다 굶어 죽겠다”며 방역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신규 확진자 수가 어느 정도 됐을 때 해제하면 될까.

“최근 확진자 패턴을 보자. 8월 27일 400명대에 진입했다가 이틀간 300명대, 나흘간 200명대를 유지하다 9월 3일 100명대로 떨어졌다.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는 보통 2주가 지나면 효과가 나타난다.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후 열흘이 지나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연결고리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강화된 2.5단계는 13일이 되면 2주가 된다. 개인적으로 2.5단계 상향 조정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 해제 기준은 확진자 수 100명 아래다. 방역 당국이 이번 주말 상황을 보고 단계를 낮출 준비를 할 것이다. 14일부터 2.5단계를 해제하고 전국적으로 2단계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추석 때 전 국민 이동을 자제하면서 가을철 호흡기 질환자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방역 당국의 목표인 하루 신규 확진자 100명 아래는 어떤 의미인가.

“코로나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투약 기준은 위중·중증 환자 인지다. ‘위중’은 인공호흡기나 체외 순환장치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 ‘중증’은 자가 호흡은 되지만 산소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말한다. 전체 확진자의 약 5%가 위중·중증 환자로 진행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 숫자가 하루 5명 정도면 수도권에 보유한 중환자 진료 병상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힘들다. 만약 하루 확진자가 400명이라 치면 이들 환자가 20명이라는 건데 이 상태가 며칠 유지되면 병상이 꽉 차고 의료시스템이 붕괴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역 당국은 하루 100명 이하의 환자가 발생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중 환자는 보통 신규 확진 후 1주일이 경과해야 상태가 드러난다. 당장 신규 확진자가 줄어도 1주일 전에 환자가 많았으면 위중·중증 환자 수는 줄지 않는 것이다.”

-혹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갈 가능성도 있나.

“3단계는 2.5단계와는 차원이 매우 다르다. 사회경제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는 만큼 준전시 상황에 맞먹을 정도로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절대 이 단계로 가서는 안 된다. 3단계로 올리면 뭔가 상황이 나아져야 해제할 수 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호흡기 환자들이 많아질 거고, 나아지기 어렵다. 봄이 될 때까지 퇴로가 없다. 2.5단계도 경제적 충격이 크고, 1주일이 연장된 것도 겨우 버티고 있는 국면 아닌가. 우리 방역은 2단계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화된 조치로 오후 9시 이후 일반음식점에 포장 배달만 허용되자 한강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야외활동을 어떻게 보는가. 또 젊은 층은 코로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야외활동으로 감염된 사례가 거의 없다. 주로 야외활동을 하다가 실내 공간인 식당이나 주점 등으로 이동해서 대면 상태에서 감염된다. 국민이 많이들 지쳐 있다. 답답한 현실에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야외 단속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밖에 있으면서 얼굴 마주 보지 말고 마스크 쓰고 있으면 괜찮다. 치명률로 보자면 젊은 층에서 사망자는 1명도 없다. 무증상으로 자연스레 회복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1명이라도 그런 사람이 생길 수 있고, 그게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20대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깜깜이 환자가 20% 정도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환자가 별로 없을 때는 확진자가 누구와 접촉했고 어디를 방문했나를 확인하며 감염원을 파악하는 ‘핀셋 조사’가 가능했다. 깜깜이 환자가 많다는 것은 주변에 확진자가 너무 많아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면 감염원을 일일이 찾아내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많고, 어느 곳에서든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의 통제 가능한 범위는 깜깜이 환자 5% 정도다. 지금은 그 4배에 이르는 상황이다. 주변에 무증상 감염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된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사진=최현규 기자

-세계가 주목한 K방역은 어떻게 보는가.

“K방역은 한국이기에 가능했다. 빠른 역학조사가 가능했던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많고, 사생활 보호보다는 방역이 앞선다는 국민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검사를 하는 의료진, 이를 분석하는 연구원,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공무원 등을 대거 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에 할 수 있었다. 또한 2015년 메르스 이후 환자 동선 공개의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국가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교육수준이 높아 국가의 지침에 잘 따른다. 사재기나 폭동이 없었다. 물론 발달된 유통시스템도 한몫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우리가 못하는 것이 있다. 정작 질병과의 싸움에 꼭 필요한 연구·개발(R&D) 분야다. 신약·백신 개발, 환자분석 분야는 선진국을 절대 못 따라간다. 이건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해야 하는데 경제성이 없으니 투자를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우수인력도 기초과학 분야로 잘 안 간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지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1월 초 백신을 보급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국민이 백신을 접할 시기는 언제쯤일까.

“미국에서 백신이 개발돼 임상시험을 거쳐 한국까지 오려면 아무리 빨리도 지금으로부터 1년이 걸린다. 이것도 물량과 안전성이 확보되고 유통망에 차질이 없을 경우다. 만약 중간에 백신 부작용이 생기면 일정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앞으로 1년은 힘들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와 장기 동거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1년 백신이 보급될 때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매일 같이 코로나 상황이 중계되면서 국민 모두가 전문가가 됐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개인 방역 수칙 지키기가 그것이다. 마스크 쓰기, 손씻기, 아프면 집에 머물기, 밀접 지역 피하기, 거리두기 등이다.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개인이 이를 잘 지키면 괜찮다. 일상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아이들도 3분의 1로 나눠 학교에 다시 보내고, 야외활동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면 안 된다. 지금의 통제는 국민을 너무 불행하게 만들고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에 기대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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