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주먹구구식 돈 풀기로 변질된 4차 추경

정부가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1년에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네 차례에 걸친 추경의 총액은 66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의 13%에 달한다.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그야말로 비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인데, 4차 추경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이미 세 차례의 추경 편성으로 불어난 국가채무는 더욱 커져 847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심각하게 여겨야 할 정부가 빚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이라는 이번 추경에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2만원) 지원 항목이 갑자기 들어간 것을 보면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신비 지원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 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했는데, 과연 위로가 될지 의문이다. 코로나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아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더 돌아갈 수 있는 예산 9000억원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로 충당하는 이 돈은 시장에 풀리지도 않고 통신회사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받는 사람도 떨떠름하고 소비 진작 효과도 거의 없는 돈이다. 그럼에도 이 항목을 굳이 추경에 넣은 이유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따른 후폭풍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갈 것이라고 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고 때문으로 보인다. 재난지원금을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게 되면 반발이 나올 것이 분명하니 정부가 이를 미리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전 국민에게 푼돈을 살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여당에서는 국민들이 통신비 지원에 만족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이렇게 원칙 없는 정책은 게(어려운 계층 살리기)도 구럭(재난지원금 못 받는 사람 달래기)도 다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차 추경 때 이미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40%를 돌파한 데 이어 4차 추경 편성에 따라 43.9%까지 치솟게 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우려가 있고,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