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심각한 위협 올 초부터 알고도 의도적 묵살”

트럼프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 국민을 공포로 내몰고 싶지 않았다”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에 이미 코로나19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오판한 게 아니라 혼란을 막기 위해 고의로 위험성을 은폐하고 국민을 속였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유명한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현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Rage·사진)’에 나오는 내용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오는 15일 출간되는 우드워드 신간의 원고 일부를 사전 입수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지난 7월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총 18차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월 7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라며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코로나19 관련 첫 기자회견을 열었던 2월 26일보다 20일 앞선 시점이었다. 이후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코로나19가 독감보다 5배나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당시 부보좌관 등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경고를 전달받았다는 사실도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오브라이언은 “임기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 포틴저는 “스페인 독감과 똑같은 수준의 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백악관의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얘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3월 19일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그걸 낮춰 말하고 싶었다. 공포를 조장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00만명, 사망자는 19만명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트럼프는 우드워드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망할 바이러스를 내보냈다”고 책임을 중국에 돌렸다.

우드워드의 책 내용이 공개되자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며 “국민을 공포로 내몰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코로나19 위험을 알고도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선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즉각 “혐오스럽다”며 “그것은 거의 범죄”라고 비판했다.

우드워드가 중대한 정보를 알고도 출간 전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인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템플대 데이비드 보드먼 저널리즘학과장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인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저서를 위해 정보 공개를 늦추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 행위인가”라고 질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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