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사진=AP뉴시스

11일자 조간신문을 뒤적이다 사진 한 장에 눈길이 꽂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를 촬영한 것인데, 일대가 온통 붉은색 톤이었다. 먼지에 가린듯 교량 주탑은 형체가 희미하고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오전 11시쯤이라는데 교량 위 가로등은 모두 불을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마치 핵겨울(핵전쟁으로 발생한 엄청난 양의 연기와 먼지에 햇빛이 차단돼 지구가 차가워지는 현상)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기괴한 풍경은 미 서부지역을 마구 할퀴고 있는 대형 산불때문이다. 기록적인 폭염 탓에 서부지역에는 80건 이상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삼림과 주택 등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 등 3개 주만해도 40여건의 산불로 인해 서울의 20배 면적이 불탔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연기와 먼지 등 불순물이 대기로 유입되면서 햇빛 산란현상이 활발해져 이 지역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고 하늘이 붉은 빛인 곳이 많다고 한다.

9일자 신문들에 실린, 미 중서부 콜로라도주 작은 도시 베일에 눈이 내리는 풍경을 담은 사진도 기이하다. 거리로 나온 엄마와 아이들이 내리는 눈을 만지며 즐거워하는 장면으로 한겨울 풍경인듯한데, 놀랍게도 촬영한 날이 지난 8일이다. 이 지역은 전날까지 70여일간 섭씨 30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다 7일 밤부터 급격히 기온이 내려갔다고 한다. 콜로라도주 주도 덴버의 7일 낮 최고기온은 섭씨 33.8도였다. 그런데 8일 밤엔 최저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졌고 최고 15㎝ 넘게 눈이 내렸다. 기상이변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이변의 강도는 강해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앞으로는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며 “미래를 상상하는 게 두렵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상이변으로 뉴욕이 빙하로 뒤덮이는 재난영화 ‘투모로우’가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라동철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