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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佛 자가격리 14일→7일로… 파리에선 실외서도 마스크 써야

지난 8월 말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 트로카데로 광장의 인파.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사무실 출근을 위해 파리 시내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물에 들어가다가 중국 싱가포르 이란 이탈리아 한국을 방문했던 사람은 프랑스 입국 시점부터 2주간 OECD 건물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들 나라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퍼지던 국가들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OECD 출입제한 관련국 지정 기준은 총 확진자 수 100명이었다. 그러다가 불과 이틀 후인 29일 프랑스 확진자가 100명에 도달했고, 그 순간 OECD 출입제한 조치는 그 의미를 잃고 말았다. 이미 프랑스, 나아가서는 유럽의 상황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OECD도 13일 전 직원의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16일에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음 날 정오부터 15일간 계속되는 전 국민 외출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 조치는 수차례 연장돼 55일간이나 지속됐다. 이 기간 식당과 극장 등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평소에 누렸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재차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3월에 OECD 국제교통포럼(ITF) 직원 한 명이 코로나 의심증세를 보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확진검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체온이 39도가 넘지 않으면 검사를 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의심증상 발현 시 병원에도 가지 말고 해열제를 복용하며 집에서 상태를 살펴보라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권고 사항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이 만났던 의사는 그에게 당시 파리에만 이미 10만명 정도가 감염돼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왜 프랑스 대통령이 3월 중순에 급하게 전 국민 외출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의료계 등 전문가 집단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 국민 외출금지 조치가 취해진 날로부터 한 달 동안 약 1만8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OECD 출입구에 붙어 있던 출입제한 안내문은 애당초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프랑스가 의료체계에 가해진 엄청난 압박으로 인해 확진검사를 최소한도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마스크 착용, 추적 앱 활용, 검사횟수 확대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계속됐다. 마스크는 지금 돌이켜보면 폭발적 수요 증가로 충분한 물량 확보가 불가능했으며, 추적 앱은 프라이버시 관련 논쟁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 없었고, 검사횟수는 실질적 진단능력 부족으로 확대가 어려웠다. 결국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그 와중에 올여름 프랑스 국민들이 바캉스를 떠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도 많았다. 결국 대부분은 바캉스를 떠날 수 있었지만 바캉스 시즌이 끝난 현재 하루 확진자 수가 수천명에 육박하는 등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이 향상되자 프랑스 정부는 검사 확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초점을 맞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제2의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그 숫자는 검사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증가한 측면도 있다. 이제는 초기 때와 달리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누구나 자유롭게 검사를 받을 수 있어 현재 1주일에 약 100만회의 검사 실적을 보이는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검사를 많이 하는 나라가 됐다. 사망자 수는 최근 하루 20∼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3∼4월에 하루 수백명이 사망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다.

프랑스는 확실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는 바이러스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바이러스와 공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자가격리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축소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조금은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증상이 대체로 7일 이내에 다 나온다는 현실을 의료계 등 전문가 집단이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마스크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동안 대중교통 이용 시 또는 혼잡도가 높은 거리에서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는데 최근 위험등급이 상향 조정된 파리 지역에서는 외부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식당 등은 밤 11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며, 종업원들은 항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나 손님은 식당 내 자리에 앉으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권장되며, 2인 이상이 한 공간에 있을 경우 업무 또는 회의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최근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전면적인 전 국민 외출금지 조치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마스크는 경제도 생각하면서 코로나 사태를 관리하기 위한 해법으로 떠올랐다. 빨리 백신이 나와 이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그런 상황이 도래할 때까지는 마스크가 대안인 것이다.

어찌 보면 마스크는 안전벨트와 같다. 교통사고 발생 원인인 인적 요인, 차량 요인, 도로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요인이다. 특히 차량 탑승 시 안전벨트를 매었는지가 생사를 좌우하기도 한다. 먼저 스스로가 안전의식을 가지고 조심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때 사고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는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만, 위기를 막지 못했다면 그 위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극복 과정에서 우리는 전반적인 사회위생 문제와 무분별한 자연파괴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위기 극복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마스크가 안전벨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김영태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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