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성진 (19) 전 교인 대상 교회명 공모… 개명 무산에 묘수 내

위치상 지역명 본뜬 교회 이름 개명 필요… 교인이 먼저 바꾸자 제의에 재투표

거룩한빛광성교회 전경. 일곱 개의 디자인 중 교인 투표로 결정된 디자인으로 지었다.

교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반드시 교인들의 뜻을 물었다. 수시로 투표를 했다. 장로와 권사가 6년 임기제다 보니 중직자 선거도 매년 했다.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상시 운영했을 정도였다.

2005년 9월 4일 입당예배를 드린 뒤 하루하루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어느 날부터 교회 이름이 뭔가 어색했다. 이름은 일산광성교회였는데, 새 예배당이 위치한 곳은 고양과 파주의 경계에 있었다. 지역명을 따 만든 교회 이름이 어울리지 않았다. 교회 이름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전 교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다.

예상했지만 기존 교회명인 ‘일산광성교회’도 후보에 올랐다. 나는 ‘거룩한빛광성교회’라는 이름을 냈다. 모든 이름을 두고 투표를 했다. 개표를 시작하니 의외로 기존 이름을 지지한 교인이 많았다. 결국, 개명은 무산됐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명이 필요했다. ‘광성’이라는 이름에도 원래 지역명이 담겨 있었다. 현재 서울 광성교회가 있는 자리는 원래 경기도 광주군이었다. 광성은 ‘광주군을 별처럼 밝히자’는 의미였다. 개척 초기부터 나는 빛 광(光)에 거룩한 성(聖)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거룩한빛’이 나온 이유였다.

하지만 투표까지 끝난 마당에 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묘수를 냈다. 신축 예배당 앞에 큰 돌을 세운 뒤 교회 이름을 새겨 넣기로 했다. 당회에도 거룩한 빛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되자는 다짐을 담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물론 교회의 모든 공식 문서와 주보 등에는 기존의 이름을 사용했다. 대신 주일예배 때 대표기도 하는 장로님들께 “거룩한 빛을 전하는 일산광성교회가 되게 해 달라”는 내용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그렇게 기도했다.

그해 연말 제직회가 열렸다. 한 집사가 발언했다. “대표기도 하시는 분들이 ‘거룩한 빛을 비추는 일산광성교회’라고 하시는데 너무 깁니다. 자꾸 듣다 보니 거룩한빛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좋은데 이참에 교회 이름을 거룩한빛광성교회로 바꾸는 게 어떨까요.”

제직들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투표에 부쳤다.

“거룩한빛광성교회라는 이름이 좋다면 투표용지에 동그라미 표시하시면 됩니다.”

교인들은 거룩한빛광성이라는 이름을 만장일치로 지지해줬다.

대형교회를 이끌면서 늘 생각했던 게 있다. 담임목사가 모든 걸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결정이 다 맞을 리도 없었다. 그래서 늘 교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새 예배당 디자인도 일곱 개를 놓고 투표했다.

담임목사가 자신의 결정대로만 목회하면 꼭 문제가 생긴다. 교인의 마음을 얻어야 교회가 평안하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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