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앙탕트 바람’ UAE이어 바레인, 이스라엘과 수교

대선서 중동평화 성과 과시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후 박수를 받고 있다. 왼쪽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오른쪽에 중동평화구상 책임자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중동에 평화 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바레인도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의 평화라는 외교 성과를 과시하게 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발표하는 역사를 만들어냈다”면서 “두 나라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더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 대열에 동참할 거라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오늘 또 다른 역사적 돌파구가 마련됐다”면서 “우리의 두 ‘위대한’ 친구 이스라엘과 바레인이 평화협약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수교의 배경에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셔틀 외교’가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달 이스라엘과 UAE의 관계 정상화 발표 몇 시간 후 바레인의 고위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에게 전화해 ‘다음 차례는 우리’라고 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외신들은 쿠슈너 보좌관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바레인과 UAE를 돌며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의 수교 방법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뒤쫓는 상황에 나온 것”이라고 짚으며 “외교정책이 대선운동에서 두드러지게 중요하진 않지만 미국이 이란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평화의 중재자처럼 여겨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UAE에 이어 바레인까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중동 정세는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UAE,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손잡음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이들의 ‘앙탕트’(우호조약)는 청천벽력같은 소식도, 트럼프 행정부 셔틀 외교의 결과물도 아니다”며 “이스라엘과 걸프만의 지도자들은 이란에 대해 공통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군 감축으로 인한 지역안보 공백을 우려해 수년간 조용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수교 배경을 분석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바레인 왕실은 오늘부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에 공모자가 될 것”이라면서 “바레인은 수십년에 걸친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대의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희생물로 제단에 바쳤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수교에 대해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UAE와 바레인의 이스라엘 수교 행렬에 미국의 맹방이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커스틴 폰텐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위 걸프담당 보좌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로운 지도부가 바레인의 수교를 지지한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중요성이 크다”며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명시적인 허가 없이 외교정책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NYT에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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