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독감 예방접종으로 집단면역 높이고 마스크 꼭 쓰자

‘코로나+독감’ 트윈데믹 막아라

독감에 걸리면 중증 합병증 위험
무료 접종군 빠진 기저질환자 등
유료라도 9월 말∼10월 접종해야
폐렴구균 백신 함께 맞는 게 좋아

올 가을·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독감 예방접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이 무료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 윤성호 기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철이 다가왔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출현으로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래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는 빨라지는 추세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은 2017년 12월 1일, 2018년 11월 16일, 지난해 11월 15일로 점차 당겨졌다. 코로나19는 여느 바이러스와 달리 기온과 습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올 봄부터 시작된 확산세는 여름을 지나서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루엔자까지 예년보다 더 일찍 유행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이 이어지면 트윈데믹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은 대개 다음해 4~5월까지 지속된다.

방역당국도 이런 점을 우려해 지난 8일 독감백신 2회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생후 6개월~만 9세 미만)부터 국가 무료접종을 시작했다. 지난해(9월 17일)보다 9일가량 앞선 시점이다.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온다 하더라도 이번 독감 유행철(2020~2021시즌) 내에 일반인에게 보편적으로 접종될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독감 예방 접종을 좀 더 촘촘히 해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높여 놓고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코로나19의 전파를 차단하는 게 현재로선 트윈데믹을 막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은다.

마스크 쓰기나 손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 실천율이 높으면 독감 유행의 종식을 오히려 앞당길 수도 있다. 실제 올초 코로나19 유행 초창기 전국민에게 위생수칙 실천이 강조된 영향으로 2019~2020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가 예년보다 빠른 2월에 해제된 바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피하려면

가을·겨울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나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항시 경쟁하다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인 성백린 연세대 의대 특임교수는 “과학적 추론상으론 인플루엔자가 사람한테 정착 확률이 더 높다. 바이러스 구조로 볼 때 인플루엔자의 변이가 더 다양하기 때문”이라면서 “인플루엔자가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신종이어서 이 같은 추론이 현실이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한 종류가 숙주(인체) 감염을 점유하면 다른 바이러스의 감염률은 떨어진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구에 의하면 바이러스끼리는 서로 방해(interference)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코로나19는 새로운 바이러스감염병이어서 섣부른 예단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두 바이러스에 중복 혹은 순차 감염이 현실이 되고 이런 상황이 확산돼 피해가 커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방역당국과 의료체계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다. 실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중복 감염 사례는 해외에서 보고됐다. 김우주 교수는 “올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을 때 조금 늦게 미국으로 퍼진 코로나19에 동시 감염된 소수 사례가 보고됐다. 단 중복 감염에 의해 중증도가 높아지거나 치명적인지는 입증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도 정례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검사에서 둘 다 양성이 나온 사례가 외국(남반구)에서 보고되고 있고 국내 사례도 있는 걸로 아는데, 정확히 확인 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성백린 교수는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인체 내 바이러스 대응 체계인 ‘인터페론’이 무력화된다. 이 틈을 타 코로나19에도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두 바이러스 중복 감염에 따른 영향 연구는 거의 안 돼 있어 동물실험이라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바이러스 감염병에서 우려되는 점은 바이러스 감염 후 또 다른 바이러스의 감염보다 2차로 세균(박테리아)이나 진균(곰팡이균) 등 다른 병원체에 감염돼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실제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 시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보다는 2차 세균성 폐렴에 의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도 독감에 걸린 뒤 세균성 폐렴 등으로 미국에선 매년 5만~8만명이 숨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독감 사망자가 연간 2000~3000명 정도 된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이 아니더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코로나19의 전파력과 치명률은 독감보다 훨씬 높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돼 고령층 감염이 늘면 2차 세균성 폐렴 등으로 위중·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상이 비슷한 독감과 코로나19 환자가 뒤섞일 경우 방역체계에 혼란이 생기고 환자들이 몰리면 의료체계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백신과 치료제(타미플루)가 나와있는 독감을 최대한 막아야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초등 고학년, 임신부 접종률 저조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지난해 무료 및 유료를 포함한 전체 독감 예방접종률은 77.8%였다. 생후 6개월에서 만 6세까지 미취학 아동의 경우 모두 80%를 넘겼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떨어졌다. 만 7~9세 접종률은 76%, 10~12세는 65.5%였다. 65세 이상 노인의 접종률은 83.5%였다. 지난해 처음 무료 접종군에 포함된 임신부의 접종률은 38.3%에 그쳤다. 임신부의 경우 약물 사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접종을 꺼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독감 접종으로 인한 기형 유발이나 유산 등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접종을 하지 않아 독감에 걸릴 경우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독감에 걸리면 폐렴, 패혈증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이 따르고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위험이 따른다. 임신부는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적절한 시기에 맞으면 되며 안전을 위해 접종 전 꼭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올해는 코로나19와의 동시 유행 우려에 따라 독감 무료접종 대상 연령이 중고생인 만 13~18세(285만명), 만 62~64세(220만명)까지로 확대됐다. 기존 접종 대상군을 포함하면 전 국민의 37%인 1900만명에 달한다. 지원 백신도 기존 3가(유전자 A형 2개, B형 1개 방어)에서 4가(A형 2개, B형 2개) 백신으로 바뀌었다. 질병관리청은 대상별로 분산 접종을 통해 접종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과 접종 2주 후부터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고려하고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을 감안하면 9월 말에서 10월 안에는 반드시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폐렴구균 백신 함께 접종 권고

독감 백신 접종 시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맞는 것도 권장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하면 폐렴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률이 줄었다. 최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이 코로나19 자체를 예방할 순 없지만 2차로 올 수 있는 구균성 폐렴이나 그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폐렴구균 백신은 13가지 균을 방어하는 13가 백신과 23가지 균을 방어하는 23가 백신이 있는데,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국가에서 23가 백신 1회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전국민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유·무료 접종 백신 생산량을 2950만 도스로 잡았다. 방역당국은 백신 생산과 출하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시스템상 추가로 2000만명분을 생산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도 “세포배양 방식의 경우 2~3개월만에 추가 생산이 가능하긴 하지만 계란(유정란) 생산 방식으론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백신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고위험군 위주로 우선 접종하는 게 타당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고혈압 당뇨 암 등 만성 질환자나 폐·심장 등에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유료로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천웅 교수는 “건강한 성인은 굳이 독감 접종을 맞을 필요가 없다. 독감에 걸려도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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