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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동산 자유업종 법정화 시급하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


우리 국민은 가계자산의 75%를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으로 소유하고 있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여기는 부동산에 재산을 묻어두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부동산을 둘러싼 사기나 사고가 발생하고,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와 이를 권장하는 위법 행위도 빈번해지고 있다. 개발 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 호재를 미끼로 지분을 쪼개 고가에 매도하는 기획부동산의 행위나 분양 사기, 일부 부동산 스타 강사나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이익과 관련 있는 특정 지역 부동산을 추천하는 것 같은 행위들은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속한다.

부동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각종 행위의 근절을 위해 정부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시장 조사 체계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자금조달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화됐고, 올 2월에는 실거래 신고기간 단축과 불법행위대응반 신설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기획부동산이나 부동산 인플루언서 등에 대한 제도적 규율이 미흡해 이들의 행위를 단속·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교란과 불법 행위를 막고 시장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매, 분양대행, 컨설팅, 정보제공 등 자유업종의 시장 교란 행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매매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법인을 부동산매매업으로 법정화하고, 매물이나 분양광고 및 상권 분석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도 부동산정보제공업으로 독자적인 업역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30세대 이하 규모의 주택을 분양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것과 부동산 자산에 대한 자문 행위도 업종화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자유업종을 법정 업종화하면 등록이나 신고 없이 하는 영업 행위를 금지시키고 법규 준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부동산 매매 행위를 부동산매매업으로 제도화하면 오랜 기간 이어져오던 기획부동산의 사기, 1인 법인에 의한 투기적 거래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한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깡통전세’ 등 분양 사기도 소규모 분양대행업 신설로 차단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법정 업종화가 되면 국가 책임 하에 업종 관리가 가능하게 되고 공제나 보증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되게 된다.

부동산 관련 자유업종을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것에 대해 부동산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업종을 법정화한다고 해서 기존에 영위하던 자유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부동산 업종 법정화가 그동안 난립하며 시장을 교란시켰던 행위들을 종식시켜 부동산 신산업의 건전한 육성과 시장 선진화를 앞당기는 기제가 될 것이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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