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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FAANG 기술주가 슈퍼 버블? 2000년 닷컴 때와 다를 것”


최근 테슬라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불리는 5대 기술주를 중심으로 나스닥지수가 크게 떨어지자 제2 닷컴 버블 붕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증시 상승 때 각광받던 유동성이 이제는 과열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고 있다. 이쯤 되면 그동안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채권 매입에 나섰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중앙은행들은 증시 과열 교사범으로 몰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지난 2주간 10%가량 떨어지기 전까지 최고점을 찍은 나스닥지수는 악성 버블 상태였을까. 아니면 보글대는 약간의 거품만 걷어내면 되는 양성 수준이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지난 3월 말 폭락했던 증시가 반등한 이후 실물경제와 주가가 괴리되는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애초 미 연준이 지난 3월부터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늘려 놓은 배경엔 일단 유동성이 금융시장을 타고 흘러들어가는 게 1차 목표였다. 사상 초유의 경제봉쇄 속에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전이돼 순식간에 경기가 살아나리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주가 상승을 통해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를 먼저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의외로 길어지면서 실물경제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유동성이 증시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 외에는 마땅히 흘러들어갈 목적지가 없었던 것이다. 연준이 미 행정부와 의회에 추가 재정부양책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유동성 확대정책과 재정정책이 믹스될 때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려는 차원이다.

애플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에 버블이라는 ‘주홍글씨’를 덮어씌우는 것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전통적인 경기 민감주들의 실적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술주들은 비대면 상황을 야기한 코로나19의 수혜에다 실적까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 개별 기술주에 연계된 콜 옵션 거래(미래에 주가가 특정 가격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가 예년의 3배로 늘어나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의 기술주 미래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앞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는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완화적인 금융시장 여건과 저금리 고착화,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정책 당국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주식시장이 ‘철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떨어지는 돈의 가치를 보상하기 위한 측면에서 자산 가격이 자극받는 환경을 어쩔 수 없는 ‘정책의 모순’으로 평가한다면 위험자산의 과열도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충격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 증시와 실물 괴리가 커진 점도 있지만 1980년을 정점으로 실물경제가 유동성을 활용하는 힘도 계속 약화된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의 주가를 밸류에이션(각 기업의 기초체력 대비 주가)만을 잣대로 버블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실물경제의 한계와 함께 현재의 코로나19가 야기한 특수 상황을 간과한 것일 수 있다. 밸류에이션의 평가 항목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나스닥100 종목은 40배 수준으로 채권 수익률로 환산할 경우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 1.4%를 훨씬 웃도는 2.5%로 안정적이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는 최근 기술주 호황을 뒷받침하는 경제환경은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진단한다.

2000년에는 버블이 터지기 직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지금은 제로 금리를 기반으로 한 완화적 스탠스가 유지되고 있고 금리 인상도 최소 3년 이내에는 실현되기 힘들다. 또 닷컴 버블 당시는 경기가 하강 국면이었으나 지금은 경기의 방향이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침체 이후 우상향되어가는 중이다. 또 2000년에는 기업들이 과잉 투자에 시달렸지만 현재 미국 내 과잉투자 우려는 없는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닷컴 버블 때는 기술주 호황이 미국 경제의 한 축으로만 이뤄졌으나 지금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기술주 주도의 경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술주 폭락과 관련 증시 전반의 분위기와 투자자의 심리는 패닉으로 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2주 동안 나스닥지수가 고점 대비 10%가량 하락하는 동안 세계금융스트레스(Global Financial Stress) 지수는 0.2 수준으로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의회의 대형 기술주에 대한 독점 규제안이 이들 종목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 대통령 선거도 변수다. 여기에다 단기적으로는 40억 달러 상당의 콜 옵션을 사들인 소프트뱅크가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있어 오는 18일 만기일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경기에 대한 입장 표명도 기술주 랠리의 롱런 여부를 판별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연준이 향후 몇 년간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회의적이라는 언급이 나올 경우 통화정책은 확장적이라는 신호와 함께 장기채권 매입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채권 매입 확대는 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약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향배도 주목거리다. 지난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화 강세를 경고한 점은 예상외로 부진을 보이는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미 연준이 FOMC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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