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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외계인보다 우리가 더 외계인

이원하 시인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니는 현재. 외계인이 지구를 탐험하러 왔다가 지구인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외계행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돌아가서 지구인의 코와 입이 사라졌다고 소문낼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지구인은 왜 코와 입을 없애버렸으며, 음식 섭취와 의사소통은 무엇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보기에도 현재 지구인은 코와 입이 사라진 사람들 같다. 마스크로 가려진 부분이 시간과 공간,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얼굴의 반이 가려짐으로써 사회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이 생겨났다. 서운할 때 입술을 마음껏 삐쭉거려도 되고, 입술이 메말라 부르텄어도 티 나지 않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전염병이 끝나도 마스크를 애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사람들의 표정이 잘 안 보이니 세상이 삭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마스크에 미소 띤 입술을 프린트해서 판매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가짜 입술이라도 항상 미소 띠고 있으면 서로 상처받을 일이 줄어들고, 다툴 일도 줄어들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정된 표정 하나만 존재하면 상상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이 죽어버릴 거다. 상대방의 표정을 상상해볼 일이 전혀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마스크 속 감정을 상상해보는 것에 그치지만, 외계인은 지구인을 보며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까. 코와 입이 사라졌으니 숨도 못 쉴 테고, 음식도 먹지 못할 테니 곧 지구에서 멸종해버릴 거라고 추측할까. 아니면 인간이 산소와 음식 없이도 세상을 살아가는 천하무적이 됐다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까. 마스크 때문에 시작된 나의 상상력이 이렇게나 쓸모없고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외출을 못해 무기력해진 나를 달래준다. 상상을 통해 나는 지금 활동하고 있다. 정신이 건강해지고 있다.

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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