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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정부 질문을 더 이상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라

국회가 15일 본회의를 열어 이틀째 대정부 질문을 이어갔지만 예상대로 대부분 추미애로 시작해 추미애로 끝났다. 말이 대정부 질문이지 야당한테는 추미애 공격장이었고, 여당에는 추미애 사수장에 불과했다. 다른 때도 아니고 정기국회의 대정부 질문이라면 국정 전반에 대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여야 한다. 하지만 정치 분야를 질문한 전날은 물론, 외교·국방·안보 분야 질문 날인 이날에도 온통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 문제를 둘러싼 논란만 있었다. 특히 국방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한테도 추 장관 아들 병역 문제와 딸 비자 발급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다른 외교·안보 이슈는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추 장관 문제만 물고 늘어진 야당도 대정부 질문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지만, 추 장관을 방어하다 못해 추비어천가를 부르기에 급급했던 여당 의원들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 여당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을 미담인 양 포장하는 답변을 유도하느라 애를 썼고, 추 장관을 향해 “엄마로 마음고생 심할 텐데 힘내시라”고 응원까지 했다. 다른 여당 의원은 13분 내내 질문은 하지 않고 추 장관 아들 변호를 하는 1인 연설만 하다가 단상에서 내려왔다. 국회법에 대정부 질문은 정부 측과 일문일답 방식으로 하고 질문과 답변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를 견제하는 대신 방패막이로 나서고, 또 질문이 아닌 개인 연설을 하는 것은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정부 질문에서 한 가지 사안에만 매달리다 정작 더 문제가 있는 다른 주요 현안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추 장관을 둘러싼 문제는 공정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고, 질문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몇몇 의원이 엄중히 문제 제기를 하면 될 것이지, 죄다 추 장관 타령만 하면 어떡하는가.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경제위기를 비롯해 지금 국회가 챙겨야 할 일들은 산더미 같다. 최근 긍정적 변화를 시도해온 국민의힘이 국회 활동에 있어서도 품격 있고 생산적인 모습으로 나서면 더 호응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정부 질문은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중요한 감시 장치다.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대정부 질문을 통해 역사를 바꾼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대정부 질문의 격을 높여야 입법부의 권위가 살아나게 된다. 여야 모두 더 이상 대정부 질문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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