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특혜 시비… 의원 징계안 47건 중 처리는 ‘0’

국민에겐 특혜가 의원에겐 일상… 기관 공정성 척도서 국회 최하위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중 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의 뿌리깊은 특권의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혜성 청탁 또는 민원이 국회의원에겐 당연한 일상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추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논란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군 복무 중 일반 사병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는 데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 와중에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일부 의원들의 지나친 감싸기가 국민들을 정치 혐오로 이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국민이 뽑은 선출권력이 공익의 대변자가 되기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21대 국회는 최악의 ‘동물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던 20대 국회와는 완전히 달라지겠다는 다짐 하에 출발했다. 그러나 국회 개원 100여일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이 가장 큰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털 갑질 문자 논란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낡은 관행과 특권에서 벗어나겠다는 다짐이 무색해졌다.

추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아들 서모씨의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논란에 대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아이인데 군이 제비뽑기로 방식을 바꿔 떨어뜨렸다”고 답변해 동문서답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의원은 “충분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이후에 뒤늦게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국회의원들이 얽힌 특권 및 불공정에 대한 논란은 누구보다 높은 책임의식을 갖기보다 특권의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이런 행태들은 특히 ‘공정’ 가치에 민감한 2030세대를 더욱 자극해 사회적 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15일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기득권 세력”이라며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속으론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머니 채우는 ‘양두구육’의 정치가 너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여당 의원들의 경우 ‘검찰과 사법부도 우리 편이고, 이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친인척을 국회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사례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과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각각 자신의 5촌 조카와 8촌 동생을 보좌진으로 고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당 윤리규범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임용 계약을 해지했다.

국회의원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챙기는 보좌진도 사적 심부름이나 민원성 요구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주말 의원의 개인적인 종교활동이나 지역 행사에 보좌진을 무리하게 동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은 주말 개인 용무를 위해 수행비서를 불러 운전을 시키거나 가족 선물을 대신 사오게 하고, 사무실 비품을 보좌진 월급으로 강매시키기도 했다”며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이유는 의원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돈의 출처가 국민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의 불공정과 특혜가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질수록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9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는 공정성 척도에서 4점 만점에 2.1점을 얻어 행정기관(2.7점), 법원·검찰·경찰(2.3점)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잇따른 국회의원들의 논란을 객관적인 법적·윤리적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진영 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실질적으로 감시하는 견제장치가 미비한 것이 이런 논란을 계속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의원과 정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판단을 내리는데, 버틴 사람들이 결국 살아났다”며 “우기면 이기고, 거짓말을 해도 불이익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고 의원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의 경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징계해 의원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 때문에 특위 자체가 소집되는 경우가 드물고, 소집된다 해도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47건의 의원 징계안 중 처리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윤리특위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된 셈이다. 20대 국회에서 윤리특위 위원장을 지낸 박명재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아무래도 동료를 징계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8년 여야가 윤리특위를 상설위원회에서 비상설로 전환시키면서 윤리특위는 더욱 힘을 잃었다.

윤리특위 자문위원을 지냈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리특위 자문위원을 세 번 했는데, 그때마다 자문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당의 편을 들었다”며 “외부의 독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심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대상의 윤리 매뉴얼을 만들어 의원들이 ‘몰랐다’고 변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백상진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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