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쏟아붓는 공급 물량… 국토균형발전론 어디 갔나

부동산대책 불균형 유발 논란


정부는 최근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대 7개 신도시에 총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3기 신도시 계획을 서둘러 앞당기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달 8·4 공급대책을 발표해 수도권 공급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공급계획을 확대하기까지는 잡음이 일었다. 주택 공급 확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투기를 부추길 것이란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급량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일단 공급 확대가 결정되자 또 다른 우려가 커졌다. 국토 불균형 문제다. 정부 도시계획은 필연적으로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유발한다. 정부가 계획한 주택공급 방향에 따라 교통시설 등 사회 주요 인프라 투자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역을 배려하지 않은 수도권 공급론이 서울과 인접한 지방 소도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 불균형은 수도권 내에서도 벌어졌다. 경기도에서도 신도시 지정에 따라 지역 간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강북과 강남의 고질적인 차이도 불거졌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8621만원으로 전국 평균 3억8352만원을 훌쩍 웃돌았다. 행정수도로 언급되는 세종도 지난 1월(3억3177만원)에 비해 1억7000만원 올라 5억178만원에 달했다. 올해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부동산 가격이 한때 들썩였지만, 지방 평균 가격은 세종에도 훨씬 못 미치는 2억2541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경북은 1억4041만원, 강원도는 1억4380만원 수준으로 서울과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컸다.

수도권과 지역 부동산 시장의 격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방권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2억1062만원에서 지난달 2억2541만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서울은 8억2722만원에서 8억8621만원으로 6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서울은 수요가 집중되며 꾸준히 가격이 오를 동안 지역에서는 정부 대책에 따른 호재와 악재가 오갈 때마다 가격이 오르내리며 결국 제자리를 찾아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도권 일대 7개 지역에 30만 가구를 공급하는 3기 신도시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이 같은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연구원은 지난해 7월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과 강원도’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수도권 1~2기 신도시 정책은 결과적으로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고 고비용·저효율의 수도권 공간구조가 형성돼 국가균형발전 제도와 틀을 사실상 훼손했다”며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은 서울 집값 안정과 주거안정 정책으로 1~2기 신도시 정책과 마찬가지로 국가균형발전과 상충되거나 역행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3기 신도시 개발로 발생할 불균형은 부동산 가격 불균형 말고도 서울 이외 지역 인구 유출과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 등이 있다. 문서를 작성한 류종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도시가 생기면 일단 인구 유출이 우려되고 건설산업과 연관산업들의 경기 악화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춘천, 원주 등 강원도 영서 지역의 투자와 분양 수요가 3기 신도시 남양주와 하남 쪽 신도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수도권 공급부족 문제를 좌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지역의 산업역량을 끌어올릴 수도 없다. 한 전문가는 “정부 공급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일일이 균형발전을 신경쓸 수는 없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균형발전 계획을 세우고 기존의 안들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기업 몇 개 이전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산업 강화와 일자리인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불균형과 관련한 논란은 일었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노원구뿐 아니라 서울 강북 쪽 주민들의 반발이 커졌다. 표면상으로는 고질적 교통난 등을 해결하지 않고 공급대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강북을 개발에서 소외시키고 강남만 우대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공공주택 공급지역으로 강남 일대의 낙후된 그린벨트 지역인 이른바 ‘그레이벨트’ 대신 그린벨트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태릉CC가 선정된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역교통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발족한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 후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옥정신도시가 있는 양주시는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주시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5월 23가구에 불과했는데 6월 339가구로 증가하더니 7월에는 530가구로 늘었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에서 이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하며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인근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일정이 발표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강화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 교수는 “기존 1~2기 신도시는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주택은 재건축 연한을 채울 만큼 낡았다”며 “광역교통망 등 지금까지 부족했던 것을 보완하면서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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