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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번지는 ‘코로나 우울’… 심리방역 또 하나의 숙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생활방식을 따라야하는 개개인을 위한 ‘심리 방역’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세가 쉽게 잡히지 않는 가운데, 전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8개월째 되면서 장기화에 접어들자, 이와 관련한 우울증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가리켜 ‘코로나 우울’이라 지칭한다. 코로나 우울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느끼는 공통의 사회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과 관련한 상담 건수는 지난달 40만건을 넘어섰다. 감염에 대한 우려, 경제적 타격에 따른 어려움, 무분별한 정보로 인한 불안 등에 따라 ‘코로나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3월과 5월 진행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국민 전체의 우울감이 14% 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73% “신경 곤두서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7월 ‘코로나 우울’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35.2%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73.2%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답했으며, 69%는 많은 사람이 일상 행위에도 날카롭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응답했다. 심리방역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84.6%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 조사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9개 항목에 대한 경험을 묻는 말에는 55%가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됐다’고 응답했고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 ‘실제로 우울감을 느낌’, ‘중요한 일정(결혼, 시험, 취업)이 변경·취소’됐다는 응답 등이 뒤따랐다.

박탈감이 정신건강 위협

연구를 진행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 거의 모두가 일상의 자유로움이 제약을 받고 박탈되는 경험을 했다“며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가족, 격리자, 의료진 등 업무종사자를 위주로 상담업무를 진행한 국가트라우마센터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 간 갈등, 감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인한 무기력함, 언제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 등으로 ‘코로나 우울’이 많아지고 있다”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문가가 심층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아동·청소년의 심리건강에도 타격을 가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24세 청소년 92명 중 59.8%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걱정·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서 72%의 청소년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요소로 꼽았다.

“주변사람 자주 소통해야”

이어 ▲온라인 개학 실시(64.6%) ▲생활 리듬이 깨짐(64.6%) ▲외출 자제로 인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갑갑함(62.2%) 순으로 집계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이가 주변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고민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계속해서 연결돼 있다고 느낄 때 안정감을 얻는다”며 “인터넷, SNS 메신저 등을 활용해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면 고립감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는 어른들의 감정을 모방한다”며 “부모가 안정된 모습으로 아이와 자주 대화하면 아이의 스트레스도 이완된다”고 덧붙였다.

불면증 지속땐 병원 찾아야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거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면 우울감과 불안감도 심화한다”며 “아이와 부모님이 상의해 등교하지 않는 기간 지켜야 할 식사시간, 취침시간, 오락시간 등을 정해두면 심리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도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지식 갖기 ▲전화나 화상통화로 소통 ▲새로운 환경 적응 ▲주변인·전문가 도움받기 등을 제안했다. ‘코로나 우울’로 기분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개 ‘코로나 우울’은 2주 이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어지면 병적 우울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의 침체와 불면증 증세가 장기화되면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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