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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1년 예산안의 고민과 도전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재정당국은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재정지출을 네 차례 추경을 통해 대폭 늘렸는데, 내년 예산안에도 확장적 재정지출 기조를 유지했다. 이러한 재정정책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2년부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세출 세입 격차가 바로 축소되지는 않기 때문에 2024년까지 국가채무가 58%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빨리 마감할 때의 위험성이 길게 유지할 때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일단 불가피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 생계를 위협받는 가계에 대한 긴급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2021년 재정적자가 평균 19%까지 치솟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은 문자 그대로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위기를 벗어나고 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국가채무의 안정화라는 어려운 과제가 분명히 남아 있다.

한국호는 코로나 경제 위기의 암초 해역을 무사히 지나 순항할 것인가. 재정당국에 충분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면 국가채무의 안정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예산 확보를 위해 재정당국을 압박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조직법 제27조는 기획재정부에 국가채무 관장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채무의 증가 여부는 예산 확보 주체(부처와 지자체)와 예산 편성 주체(재정당국) 간의 균형추에 달려 있다. 1990년대 초반 유럽 공동체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위르겐 폰 하겐 교수에게 ‘재정건전성 보고서’를 의뢰했는데, 이 보고서의 핵심은 “재정건전성과 재정당국의 권한은 비례한다”였다. 당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스웨덴은 이 교수의 권고를 실행에 옮겨 재정당국의 권한 강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 경제 위기를 극복한 점이 재정제도 연구의 유명한 사례가 돼 있다.

지금 당장은 W자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적어도 2021년까지 적극적 재정지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경제 위기의 K자 양극화에 대응해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과 가계에 대한 집중적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2~3년간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그 이후 예산 전체에 대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경제 여건이 주어진다.

질병관리청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대안이듯, 국가채무의 안정화는 재정당국의 역할과 책임 강화에 달려 있다. 예산 이론의 대가 아론 윌다브스키 교수는 “예산은 효율과 정치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우 이 절묘한 결합은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결합의 셈법이 복잡해지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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