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반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여론조사와 달랐다.

인권위는 지난 6월 23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2020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차별금지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 필요성에 국민 다수가 공감한다며 약칭 평등법 시안을 국회에 입법 권고했다. 정의당도 지난 6월 말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발의하면서 이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했다. 한국사회에 차별이 만연하며 그 해소를 위해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에 찬성하는 국민이 88%가 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인 한교총은 지난 2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상반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41%, ‘갈등이 많은 법 제정보다는 공익광고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의견이 37%로, 모두 78%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차별금지법을 이번에 제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28%에 불과했다.

어떻게 해서 차별금지법이라는 하나의 사안에 정반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누구의 여론조사가 더 신뢰성이 있을까. 우리가 아는 대로 선거 여론조사는 ‘후보자 중 누구를 선호하는가’와 같은 단순한 설문이므로 그 조사방법(전화 또는 ARS)이 신뢰성을 좌우한다. 이에 비해 정책과 법안에 대한 여론조사는 그 내용과 효과에 대한 응답자들의 정확한 인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설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인권위의 여론조사는 차별금지법안 내지 평등법안의 내용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차별에 대한 대응정책’에 관한 질문에서 ‘차별금지 법률 제정’의 찬성 여부를 물었다. 이 같은 설문은 우리나라에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 전혀 없거나 매우 미흡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인권위의 여론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은 성별(40.1%) 고용형태(36.0%) 학력·학벌(32.5%) 장애(30.6%) 빈부격차(26.2%) 순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이미 개별법으로 존재한다.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비정규직보호법, 근로기준법 등 무려 33개의 개별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들은 위반자에게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고 벌금 등 형사처벌까지 한다. 인권위가 여론조사의 설문으로 제시한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모든 차별을 하나로 묶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주된 입법 목표는 사실 ‘성 소수자 차별금지’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인권위 여론조사의 두 번째 문항인 ‘무슨 사유로 어디에서 차별을 받으셨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남녀 간 차별, 고용관계에서 차별이 대부분이고 성 소수자 차별은 전체의 0.7%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동성애자 등) 차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거의 없는 차별, 국민 대다수가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밀어붙이려고 여론조사 문항을 억지로 꿰어 붙인 모양새가 역력하다.

한편 한교총의 여론조사는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차이를 설명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똑같은 비중으로 제시한 후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그것도 인권위 조사의 2배인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표본 수로 해서 조사한 것이다.

설문 조사를 의뢰하는 측이 자신들이 기대하는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소 유리한 설문을 만드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해칠 만큼 두루뭉술하고 편향적이며 심지어 조작적인 조사는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적어도 공신력을 가져야 할 국가기관이면 더욱 그렇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국민적으로 첨예하게 이견이 있는 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어느 쪽의 여론조사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교총 제안처럼 정부 차원에서 더 객관적인 공론조사를 해 주기 바란다.

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교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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