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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식품 할인판매 눈길… 누군가에겐 버리는 음식, 누군가에겐 소중한 한끼

서울대생들 세운 ‘다인테이블’

여유식품 할인판매 플랫폼 ‘다인테이블’ 소속 서울대 재학생 6명이 모여 판매 방안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다인테이블 제공

“물건이 어떻게 이렇게 저렴해요?”

“평소 과일이 비싸서 아이들에게 잘 사주지 못했는데 생과일주스를 싸게 먹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고등어 한 마리 1200원, 돼지갈비 한 팩 3600원, 오렌지즙 한 봉지 780원. 시중 가격의 50~80%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인(多人·DINE)테이블’ 홈페이지에 달린 댓글이다. 다인테이블이 각종 식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상품 대부분이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지 인쇄 불량, 재고상품 등 버려질 위기에 있는 ‘여유식품’이기 때문이다. 제때 유통되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도 아깝게 버려졌을 음식물을 ‘절실한 한 끼’가 필요한 고객에게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얻게 하는 것이 이들이 하는 일이다.

다인테이블은 서울대 재학생 6명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는 여유식품 할인판매 플랫폼이다. 식품업체가 여유식품을 등록하면 소비자가 주문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오픈마켓’이다. 지난해 2월 회사를 차린 후 총 3000여개의 상품을 제공해 왔다.

다인테이블은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어 버려지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음식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매니저 차유림(23·여)씨는 “우리나라가 식량난을 겪는 나라가 아님에도 양질의 식품을 적절히 섭취할 수 없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며 “버려지는 음식이 많은 유통구조 또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창립멤버인 김유연(22·여)씨도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푸드뱅크 같은 경우 가공식품이 많다”며 “고기와 생선류 등 신선식품을 보다 쉽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여유식품을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회사 설립 이후 여러 형태의 판매 방식을 실험했다. 오프라인몰과 온라인몰을 각각 운영했고, 주민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취약계층 이웃들에게 반찬을 제공하기도 했다.

여유식품을 제공해줄 업체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검색 등으로 식품업체 리스트를 마련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 의사를 물어야 했다. 대다수는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맨 땅에 헤딩하듯 접촉한 끝에 취지에 공감하는 업체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기업 입장에서도 폐기비용을 줄일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며 “취지를 듣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아니라 ‘취약계층 고객에게 꼭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정상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여유식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다인테이블’ 온라인 쇼핑몰 화면. 다인테이블 제공

다인테이블은 지난달 온라인몰을 리뉴얼해 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최근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차씨는 “2주 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강화 조치가 내려진 직후 체감상 매출이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다인테이블에 특히 중요한 고객은 중위소득 70% 이하의 취약계층이다.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폐쇄형 온라인쇼핑몰(다인관)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김씨는 “온라인몰은 취약계층 회원들이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한 취약계층 고객은 총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눈에 띄는 사업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다인테이블이 시도하는 식품 재분배 모델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제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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