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움직이다 구설수 오를라”… 바이든 ‘재택 선거운동’ 고수

말 많이 할 경우 트럼프에 공격 빌미… 외출 자제 코로나 대응 실패 부각

사진=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로 미국 대선까지 49일이 남았다. 코로나19는 선거운동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을 돌며 유세를 펼치고 있으나 소규모 집회만 열고 있다. 대규모 집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조 바이든(사진)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아예 ‘재택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을 떠나는 법이 거의 없다. 미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지하실 전략(basement strategy)’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공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자택에만 있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의 외출 자제는 전략적 선택이다.


우선, 여론조사 분위기가 좋다. 무리하게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9월에 실시된 미국 주요 언론들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다. 보수적인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도 51% 대 46%로 트럼프 대통령을 눌렀다.

접전지에서도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 등 3대 최대 격전지와 애리조나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주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

초조한 트럼프 대통령이 좌충우돌하며 실수를 연발하는 것도 바이든 진영에는 도움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바이든 후보가 움직여봤자 시선만 분산될 우려가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대형 사고’를 쳤다.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미군 전사자들을 ‘패배자들(losers)’ ‘호구들(suckers)’이라고 불렀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지만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나 서부 산불에 대해 비과학적인 발언으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가 말을 많이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공격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말을 줄이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을 짧게 하고, 인터뷰를 간결하게 하고, 트위터의 내용을 줄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바이든 후보의 외출 자제는 그 자체로 미국 내 코로나19의 심각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실패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다. 바이든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바이든 후보가 언제까지나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바이든 진영의 최고 선거 참모들은 접전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유세와 대면 접촉을 늘릴 것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세 차례 있을 대선 후보 간 TV토론은 은둔 전략의 바이든을 어쩔 수 없이 불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처럼 링 위에 오를 바이든 후보를 박살내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지난 10일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TV토론과 관련해 “나는 미끼를 물지 않기를 바란다”고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불량배들(bullies)을 다루는 법을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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