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서 검증된 ‘협업·통합’ 물관리 일원화… 우리도 벤치마킹 필요

통합물관리 백년대계 시급하다 ③

지난달 10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수위가 상승한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올해 대규모 홍수피해를 계기로 댐 관리, 하천 관리 등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국내 입법이 본격 추진된다.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협업·통합을 중심으로 한 물관리 일원화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핵심 부처를 중심으로 감독 기구와 지역·민간이 함께 정책을 이행하는 형태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관리 일원화,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한 3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정부조직법과 하천법 개정안을 통해 현재 댐관리는 환경부, 하천관리는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돼 있는 홍수 예방 관련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한 부처가 물관리를 책임지는 국가는 네덜란드·영국·프랑스 등 28개국이다. 이 가운데 환경 부처가 물관리를 하는 국가는 23개국이다. 표면상 우리나라도 이 그룹에 속하지만 겉과 속이 다르다. 2018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했지만, 제방 등 하천 공사와 시설 관리는 여전히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하면 부처들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이유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했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1950년 당시 물관리 기구가 2650개에 달했지만, 1953년 대규모 홍수로 1836명이 사망하면서 물관리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후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해 현재는 인프라환경부가 물관리 기능을 총괄하고 지역 물관리 기구 23곳이 주요 정책을 이행한다.

과거 영국은 민간사업자가 수도를 소유했고, 수자원은 중앙정부가 통제했다. 하지만 1995년 환경식량농업부 산하에 환경청이 출범하면서 독립 권한을 갖고 물관리를 책임졌다. 국립하천청(NRA), 국립환경오염감시단(HMIP), 폐기물규제당국(WRA) 등 흩어진 기능을 통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재는 14개 지방환경청이 지역 물관리를 감독하면서 민간사업자가 정책 이행을 협업한다. 환경청은 홍수관리 예산을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대부분 재정은 허가 수수료, 취수부담금 등으로 자체 조달한다.

프랑스는 피라미드식 물관리 일원화를 채택했다. 중앙정부가 국가 물관리계획(SDAGE)을 수립하면 국가물관리위원회(CNE)에서 정책을 결정한다. 물관리 정책은 각 지방 정부가 이행하고 민간기업이 수자원관리·지역개발사업·기술지원 등 사업을 협업하는 방식이다. 호주의 경우 중앙 정부 주도하에 종합 물관리계획(IWCM)을 수립하지만, 정책 이행은 지방 정부와 민간 수도사업자가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은 1970년 출범한 환경청(EPA)이 독립전문기관으로 막강한 물관리 권한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물관리 일원화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도 ‘협업’과 ‘통합’에 중점을 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댐 관리와 하천 시설관리 등을 한 개 부처로 일원화하더라도 감독 기구와 지자체의 책임·역할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 전문 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관리 정책이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됐지만 이대로 내버려 둬선 안 된다”며 “기후변화를 고려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되,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대통령 직속의 물관리 일원화 행정기관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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