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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이 위상 추락 자초했다

요즘 군의 위상 추락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사태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군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야당은 아예 대놓고 국방부가 아니라 추(秋)방부가 됐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군에 대한 이런 불신은 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군은 서씨의 휴가 연장을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로 문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쉬쉬해 왔다. 당초 보존기한 만료로 민원실 저장장치에서 자동 삭제됐다고 했지만, 15일 검찰이 민원실이 아닌 군 중앙서버에서 녹취파일을 압수해가자 뒤늦게 존재를 시인했다. 또 서씨의 휴가와 관련된 서류들도 보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의혹을 키운 꼴이 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류 보존과 관련해 앞으로 보완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격이다.

군이 추 장관을 두둔하려는 여당에 호응해 카톡과 전화로 휴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나선 것도 적절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재지변, 교통두절, 심신장애, 가족 변고 같은 극히 제한된 경우에 한해 그럴 수 있다지만, 마치 대한민국 군은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어서다. 그러니 온라인에서 “군이 편의점 알바냐” “보이스카우트냐”는 댓글이 달리고, 국방부 민원실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카톡·전화로 휴가를 연장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서씨처럼 치료 기간이 길어져 병가를 연장하려 했으나 불허됐다는 병사들이 적지 않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자칫 이번 사태를 거치며 군의 복무 기강이 전반적으로 느슨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휴가나 병가 등을 놓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느냐는 식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군의 기강을 재정립하고, 복무규정 적용에 있어서도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엄정한 병무 행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군은 그 어떤 집단보다 더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추 장관 사태는 여야 간에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 된 사안이다. 그렇기에 군이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반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설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아 질타를 받을지언정 정쟁에 휘말려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을 해선 절대 안 된다. 정치권 역시 군을 끌어들여 정쟁에 활용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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