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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혼란 여전… 주인·세입자 모두 피해, 공인중개사 역할 아쉽다

계약 종료 시점에 갱신요구권 내용 정확히 파악해야 안전

임대차법 관련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임이 어느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신혼부부 A씨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에게 보낼 내용증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이들 부부는 전세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에게 집을 매도할 거라며 이를 거절했다.

#B씨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집을 가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기존 세입자가 전 집주인을 대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중개사는 이같은 사실을 숨긴 채 계약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A씨 부부와 B씨 모두 같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의 피해자다.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제보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7월 계약 만료일(11월)을 앞두고 전세계약 2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로부터 거절당했다. 거절 사유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주택을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입자가 껴있는 상황에서는 집이 안 팔리니 빈 집으로 팔고자 한 것이다. A씨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해도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계약갱신 거절 가능 여부는 새 임대인이 아닌 당시 임대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하면서 이 경우 집주인의 거절사유가 되지 못하지만, 발표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석의 여지가 있었다. A씨 사례에 대해 당시 국토부 민원상담실과 분쟁조정위원회, 변호사는 “아직 판례가 없기 때문에 판결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개정법에는 ‘임대인이 법 시행 이후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갱신요구권이 부여되며, 임대인이 제3자와의 계약체결을 이유로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음’이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갱신기간 내에 (새)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하게 될 경우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번 유권해석에 따라 매수인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기 전에 세입자가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면, 매수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을 할 수 없게 됐다. 현재 A씨 부부는 집주인과 중개사에게 다시 한 번 정당한 권리를 요구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또다른 피해자가 생겼다. 해당 집주인과 중개사와 계약을 하기로 한 B씨다. B씨는 A씨가 살고 있는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가계약한 상황이다. 물론 A씨는 이 사실을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당초 B씨는 중개사로부터 기존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떠날 거라고 전달받았다. 현재 B씨는 중개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준비 중에 있다. 매물에 대한 사실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감춘 데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례로 보아 앞으로 중개사 책임이 더욱 강화될 거라 입을 모았다. 김남근 변호사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중개사의 책임이 보다 강해졌다. 계약 종료 임박 시점에 계약갱신요구권 등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물을 올릴 때 중개사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임차인이 있는지, 계약만료시점이 언젠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지 등이 담긴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내용이 빠진다면 매수인 입장에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란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임대차법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이같은 분쟁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쟁점은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될 것 같다”며 “책임이 중개사에게 있다면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설명서에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등과 같은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다. 임대차법 후속조치가 이뤄진다면 이런 부분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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