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청소년 난민들과 따듯한 이웃 이야기

[책과 길]우리는 난민입니다/말랄라 유사프자이·리즈 웰치 지음, 박찬원 옮김, 문학동네 208쪽, 1만3500원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난 사람의 숫자는 6850만명이다. 이 중 2540만명이 난민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우리는 난민입니다’는 2014년 역대 최연소 노벨상(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만난 여성 청소년 난민들과 그들을 돕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유사프자이를 포함해 책에 나오는 어린 난민들이 고향을 등진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과정은 닮았다. 파키스탄의 탈레반, 예멘 내전, 이라크의 IS, 과테말라의 가난, 미얀마의 군·경찰 등을 피해 떠났지만 모두 목숨을 건 여정 끝에 난민 지위를 얻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떠나기로 한 순간 돌아갈 곳을 잃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작은 배로 지중해의 물살을 견뎌야 하고, 뗏목에 의지해 악어가 우글거리는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겨우 달아나도 뿌리 내리기 힘든 것 역시 난민의 삶이다. 콩고 내전을 피해 잠비아로 도망친 마리 클레어 가족의 사연은 이를 잘 보여준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외침은 불편했지만 견딜 수 있었다. 비극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발생했다. 좌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들 가족을 자경단은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복면을 쓰고 침입한 자경단은 클레어의 부모를 공격했고, 어머니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세상을 떠났다. 클레어는 어머니가 생전 신청한 난민 비자가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에 정착한 후에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두 살 때 우간다를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파라의 이야기를 통해선 고향을 등진 이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엿볼 수 있다. 친구 어머니로부터 “너희 같은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들은 파라는 “캐나다 사람이 아닌 아이에게 익숙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사과하는 친구 아버지에게 더 모욕감을 느낀다. 파라는 “나도 캐나다에서 자랐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나도 캐나다인이었다”고 항변한다.

떠나온 이들에게 손 내밀어주는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난민 수용 결정은 정부가 하지만 현실에서 맞아준 것은 이웃들이었다. 기독교세계봉사회를 통해 클레어 가족을 맞은 제니퍼가 그렇다. 제니퍼는 2015년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쿠르디의 비극을 접한 후 난민을 돕기로 하고, 첫 상대로 클레어 가족을 맞이한다. 책은 제니퍼를 통해 난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사프자이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였다”며 “난민을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인류애의 상징이다”고 말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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