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분단적 마음’에 균열을 내라

[책과 길] 갈라진 마음들 / 김성경 지음, 창비, 328쪽, 1만8000원

분단 소재 영화와 드라마에서 톱스타가 북한 배역을 맡는 건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지난해 이후 현빈(사랑의 불시착) 이병헌(백두산) 유연석(강철비2) 등이 북한 배역을 소화했다. 장동건(태풍·태극기 휘날리며) 강동원(의형제) 하정우(베를린) 공유(용의자) 정우성(강철비1) 같은 이전 사례까지 합치면 톱스타와 북한 배역의 상관관계는 더 높아진다. 배우 얼굴만 보고도 남과 북을 구분할 수 있었던 1970~80년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갈라진 마음들’의 저자 김성경 교수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분단이라는 토대가 낳은 ‘분단적 마음’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단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단적 마음의 해체 없이는 탈분단과 평화에 대한 진정한 논의가 시작되기 어렵다”고 역설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달라진 얼굴의 간극은 작지 않다.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마음이 그만큼 변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책 ‘갈라진 마음들’은 남북한 사람들의 경험, 인식, 감정의 총체인 마음에 주목한다. 저자는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경험과 사회구조가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특정한 마음을 공유하게 하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분단적 마음’이라 부른다.

남-무감각하거나 적대하거나

저자가 남한 사회에서 분단에 대한 “가장 가시적인 반응”으로 든 것은 ‘무감각증’이다. 무감각은 60~70년대에 비해 군사적 충돌 자체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분단에 대해서 감정적 거리를 두고, 최대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이면에는 ‘전쟁은 안 날 거니까’라는 근거 없는 믿음, 전쟁이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놓여있다. 경쟁과 생존을 위한 일상의 두려움이 분단으로 인한 두려움을 무화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인다.

이는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서도 단적으로 확인된다. 폭파라는 충격 요법에도 정작 남한에선 반복돼온 일상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사실상의 전쟁 상태인 정전체제에서 무감각하지 않으면 상시적인 불안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라 본다. 일상의 전쟁도 분단을 군사지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가둔다고 덧붙인다. “경제라는 일상적 전쟁터에서 친구와 동료를 가리지 않고 경쟁해야만 하는 신자유주의적 주체들에게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는 비현실적이지만 당장 내달이면 나올 성과급과 재계약 여부는 현실 그 자체이다.”

무감각의 한편엔 적대, 혐오, 공포가 있다. ‘평화의 댐’ 건설 과정에서 정권이 부풀린 위협처럼 권위주의 정권 시절 권력 강화 수단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와 공포가 반복돼온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이후엔 대북송금특검에 따른 ‘퍼주기 논란’, ‘분단 비용’ 산출 같은 경제적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이들에 대한 무시, 우월감도 주요한 감정으로 자리 잡았다.

분단 소재의 영화를 활용해 분석한 부분도 눈에 띈다. 영화에서 북한 배역을 맡은 톱스타는 영웅을 상기시킬 정도의 능력자이면서 가족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저자는 이들 캐릭터가 “한국사회가 욕망하지만 결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남성성으로 재현된다”고 본다. 또 남성들 간의 연대를 통해 주변 강대국에 흔들리지 않는 “힘 센 한반도”를 그리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강철비’와 ‘백두산’에선 핵무기로 상징되는 힘과 권력을 남북이 공유하는 상상에 도달한다. 저자는 “그만큼 강대국에 더 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이 작동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핵으로 상징되는 힘과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남북이 공생하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북-개인의 생존과 이해관계의 시대

북한의 ‘분단적 마음’을 분석하는 과정에선 남한이나 분단에 대한 인식이 아닌 북한 사회의 독특한 마음의 흐름을 살펴본다. 책은 60년대 후반부터 공고화된 주체사상이 북한 사람들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편 수령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부각시킨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종교적 교리와 의례로 작동해온 주체사상을 통해 ‘주체적 인간’을 강조하지만 그때의 주체적 인간은 수령을 전제로 하는 모순된 상황을 낳은 것이다. 저자는 “논리적으로 함께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조건은 가치체계와 도덕의 이름으로 북조선 인민의 습속의 일부가 되어 특정한 삶의 양식을 지배적인 것으로 확산시키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수령에 대한 절대 가치도 영원하지 않다. ‘고난의 행군’과 ‘3대 세습’을 거치면서 북한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북한 주민들의 실상과 조금씩 분리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남한으로 온 북한 출신자들 대부분이 김일성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과 김정일에 대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것에 주목한다. 상대적으로 옅어진 수령의 빈자리는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시장과 주변과의 관계가 채우기 시작했다. 저자는 “수령의 영도에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충성하는 것이 중요하던 인민은 갑작스레 개인의 생존과 이해관계의 관철에 매달리게 된 것”이라고 서술한다.

책에 등장하는 남한에 온 북한 주민과 북·중 접경지대에 거주하는 이탈 주민들의 삶 역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특히 북·중 접경지대에 거주하는 북한 여성들의 삶은 모순적이면서 낯설기까지 하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떠난 이들 여성들은 중국에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의 가족이 북한에서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도구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저자는 그녀들의 삶 속에서 가족은 맥락에 따라 “이중적 형태”로 존재한다고 언급한다.

모든 논의 끝에 저자가 ‘분단적 마음’에 대해 균열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서로를 향한 적대와 혐오를 공감과 연대감으로 전환하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분단적 마음’이 분단구조의 산물이긴 하지만 ‘분단적 마음’의 약화 없이는 그 구조를 문제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다음 문장에 집필 의도가 녹아 있다. “분단이 만들어낸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바꿀 자원 또한 우리 안에 있을 것이다.”

책은 정치외교 등에 가려진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에 주목하는 새로움이 있지만 짜임새 면에선 아쉬움도 있다. 남한에 대한 분석은 분단 상황과 북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북한에 대한 분석에선 관련 내용이 없어 서로 조응되지 않는다. 이는 북한 내부와 이탈주민을 다룬 챕터가 먼저 발표한 글을 고쳐 쓴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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