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나선 ‘소통’… 동네서점에서 ‘봐용’

책과 사람이 머무는 마을 공동체 부천 ‘용서점’

‘용서점’은 동네 주민이 함께 꿈꾸고 소통하는 아지트다. 대형서점처럼 화려한 인테리어와 많은 책으로 이목을 끌진 않지만, 일주일에 100여명의 주민이 방문할 정도로 지역에서 사랑받는 곳이다. 33㎡(약 10평) 남짓한 헌책방은 다른 책방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온기가 살아있다.

매주 100여명의 주민이 방문하는 동네서점 경기도 부천 용서점. 박용희 대표는 용서점에서 주민들과 독서하며 소통의 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부천=신석현 인턴기자

최근 방문한 경기도 부천시 역곡로의 용서점 앞 작은 간판에는 ‘책과 사람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점 문을 연 순간 나무 향이 밴 책 냄새가 진동했다. 책꽂이에는 중고책뿐 아니라 기독서적 등 새책이 빼곡했다.

용서점 입구 앞에 있는 작은 간판. 부천=신석현 인턴기자

일부 책 위에는 박용희(40) 용서점 대표가 짧게 남긴 메모가 보였다. ‘예수는 믿는데 기쁨이 없어서’의 겉표지엔 ‘기쁨은 근육과 같아서 쓸수록 강해진다. 기쁨에 대한 다각도의 단상이 적힌 책’이라고 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독서하며 시간을 보낸다. 박 대표는 “용서점은 동네 주민이 소비하는 공간보다 향유하는 공간”이라며 “저와 손님은 마치 동역자 관계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독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박 대표는 출판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책방을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의 소천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 그는 2016년 6개월간 티베트와 인도에서 자전거 여행을 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시작하려는 그에게 한 지인은 자신이 만든 건물 지하에 있는 공간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용서점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자연스럽게 생겼다.

“서점 매니저, 출판사 직원으로 일할 땐 훗날 책방을 운영하고 싶지 않았어요. 열악한 환경을 잘 알았기 때문이죠. 그런 제가 그 공간을 봤을 때 무엇을 할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요. 우연히 책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용서점은 2017년 1월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서 시작됐다. 박 대표의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책을 기증했고 1만권의 책으로 서점을 열었다. 그해 9월 박 대표의 어머니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이듬해 1월까지 병간호를 하던 그는 서점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책방 운영을 계속하라고 당부했다.

박용희 대표가 용서점에서 3년간의 서점 이야기를 담아 지난 5월 발간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부천=신석현 인턴기자

2018년 5월 용서점은 어머니 간호 등을 고려해 덕은동에서 역곡동으로 이사해 다시 열었다. 박 대표는 “이 도시가 갖는 소박한 분위기가 있다”며 “간호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할 때면 손님들이 와서 대신 가게를 지켜주신다. 급한 일이 생기면 네다섯 명의 손님들에게 부탁한다”고 했다. 그는 시간뿐 아니라 재능 기부도 하는 손님이 꽤 있다고 했다. 박 대표가 디자인을 전공한 고객들에게 제안해 책갈피 엽서 등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이 적잖이 진행된다.

용서점이 다른 서점과 다른 점은 10여개 소모임에서 멤버들이 공동체성을 이룬다는 것이다. 서점을 연 뒤 몇 달간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한 박 대표는 한 고객으로부터 글쓰기 모임을 열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글쓰기 모임인 ‘써용’ 멤버들은 모임 시간에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글쓰기에만 열중한다.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로 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상대방의 글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멤버들은 이 모임에서 힐링이 된다며 기뻐했다. ‘봐용’은 고전 문학을 읽는 독서 모임이다. 박 대표는 “혼자선 여러 권의 고전 문학을 읽기 힘든데 함께 목표를 정하고 읽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질문 모임’에선 지역교회 목회자와 함께 종교와 삶 등 인간의 근본적 문제에 질문 있는 사람들이 모여 묻고 답한다. 자신이 꾼 꿈에 관해 이야기하며 내면을 탐색하는 ‘꿈 모임’도 있다. ‘오전 알차게 보내기 모임’은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8~12시 책방에서 자신이 스스로 정한 일을 한다. 모든 모임에서 멤버들은 이름이 아닌 별명을 부른다. 20대부터 70대 중반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서점 한쪽의 게시판에는 고객들이 용서점에 대해 적은 짧은 글귀들이 가득하다. 부천=신석현 인턴기자

용서점의 소모임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용서점은 지역 도서관과 연합해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기획한다.

박 대표는 “소모임의 콘셉트는 무엇이든 고객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며 “스마트폰 등 주변환경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은 걸 알게 됐다. 여러 모임을 진행하며 사람들이 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 목말라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하나님이 보여주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도 바울이 광장에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진리에 관해 토론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만 머물지 않고 대중과 더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며 “용서점이 동네에서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천=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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