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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지난 9일 배달 중이던 50대 치킨집 주인이 중앙선을 넘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 사흘 전에는 대낮에 인도에 있던 6살 어린이가 음주 운전자가 낸 사고로 사망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시 최소 징역 3년,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도록 한 ‘윤창호법’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주 운전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상습적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 운전 재범률은 43.7%다. 올해 상반기에는 8579건의 음주 운전이 적발됐다. 지난해보다 10.8% 증가한 것이고, 재범률도 46.4%로 더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이 최근 당 회의에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도입한 시동잠금장치는 시동장치와 음주측정장치가 연결돼 있어 시동 전 음주 여부를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는 운전자의 차량이나 통학버스 등에 설치된다. 미국의 경우 5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에서 도입했고, 이를 통해 230만건 이상의 음주 운전 시도를 막았다고 한다. 설치비용은 수십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대 국회 때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가족의 자동차 공동사용에 따른 불편, 대리 측정 가능성 등의 이유로 도입이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으려고 전자발찌가 도입됐듯, 도로에서의 ‘묻지마 살인’을 막기 위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음주 운전은 타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에 장치 설치에 따른 가족의 불편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출발 시 대리 측정을 막기 위해 운전 중 재측정을 요구하는 기기도 개발됐고, 처벌을 엄하게 하면 대리 측정 시도도 줄어들 수 있다. 설치에 따른 공익적 측면을 감안하면 설치비 일부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자동차보험회사 등이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자리가 서둘러 마련되길 기대한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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