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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무기력에 실망”… 의대생들, 해외면허에 눈독

국시 재응시 못하자… “美·日 갈 것”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해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나섰던 의대생들이 강경 입장을 한풀 꺾으면서 이들의 시험 재응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광진구 국시원 로비에서 관계자가 응시생들의 안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일부 의대생이 해외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원래도 미국이나 일본 의사면허는 인기 있는 면허였지만 최근 사태에서 의대생들이 의료계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북지역 의예과에 다니는 최모(23)씨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와의 갈등에서 정책 철회를 실현하지도 못하고 의사들의 요구를 관철시키지도 못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선배들에게 화가 난다”면서 “USMLE(미국 의사면서)나 JMLE(일본 의사면허) 취득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유학 컨설턴트는 “미국 의사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의과대학을 마친 후 USMLE 시험을 통과해 개업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생도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받아도 일본이나 미국에서 진료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JMLE 준비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해외 시험을 치르는 대신 행정절차 등을 통해 의사면허를 인정받는 아랍에미리트(UAE)로 가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4년 차라는 한 의사는 “가족과 의논 끝에 영어 등을 준비해 아부다비나 두바이로 넘어가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UAE에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경력 증명 외에도 무과실증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 중 일부는 의료계 단체들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대생 커뮤니티에는 “지난 4일 의협과 정부·여당의 합의 이후 버림받는 기분을 느낀다”면서 “선후배 문화? 교수님에 대한 예의? 다 집어치우자”는 과격한 발언도 터져 나왔다. 의대생 일부는 “무의미한 투쟁은 시간만 버린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의대생들은 일부 대학 의대 교수가 국시 재응시를 독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한 지역 의대에 다니는 박모(24)씨는 “먼저 정부 정책이 ‘악법’이라며 의대생들에게 일어나라고 했던 건 교수와 선배들인데 갑자기 ‘시험을 안 보면 어떡하냐’며 말썽쟁이 취급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국시 재응시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1차관은 전날 “안타까운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염려가 되지만 기존 입장 변경을 검토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관계자도 “국시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일정을 앞당기고는 있지만 재응시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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