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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지로 내몰리는 택배노동자 언제까지 두고 볼 텐가

일부 택배 노동자들이 오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4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주요 택배업체 노동자(4만여명)의 10% 수준이나 이들이 실제로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상당한 택배 차질이 예상된다. 너무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택배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근무일은 25.6일에 달한다. 가히 살인적인 노동 강도다. 올 상반기에만 12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인의 대부분은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이었다. 이 중 5명은 산재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그럼에도 하루 업무의 거의 절반을 수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류작업에 쓰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 같은 착취형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

운송에 주력하던 택배업이 보관, 분류, 가공, 조립, 포장 등으로 작업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노동자도 다양해졌다. 택배업체들은 이런 작업을 외주화해 특수고용직,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에게 맡기고 있다. 택배 노동자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인 이유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은 작업환경, 임금, 노동시간 문제 등은 회사와 무관하다는 억지논리를 펴고 있다. 회사가 실질적으로 이들을 지휘·감독하는데도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오히려 택배 노동자 노동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해 달라는 정부 권고에도 업체들은 오불관언이다. 이들의 살인적 노동 조건을 해소할 1차적 책임이 회사에 있다. 정부 역시 더 이상 택배 노동자들이 사지로 내몰리지 않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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