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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6그룹 각성 촉구한 장혜영 연설, 여당은 새겨들어라

정의당 초선 장혜영 의원의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은 주목할 만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1987년생 청년·여성 정치인이 여당의 주축인 86그룹(80년대 학생운동권)을 엄중하게 꾸짖는 연설이었다. 여당을 비판한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말을 보탠 것은 아니고, 오히려 추 장관 이슈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인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일에 집중하자고 촉구했다. 여야 의원 모두가 새겨듣고 반성해야 할 내용이다.

장 의원은 한때 우리 사회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사람들(86그룹)이 어느새 기득권자가 돼 변화를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그 뜨거운 심장이 어째서 이렇게 차갑게 식어버렸느냐”고 질타했다. 장 의원은 무한한 경쟁 속에 가루가 돼버릴 것 같은 두려움, 온갖 재난과 불평등으로부터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등을 없애는 시대적 과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 연설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성찰의 시간을 줘서 고맙다”고 했고,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도 “나부터 반성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민주당에서는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빗댄 논평을 냈고, 야당의 추 장관 관련 의혹 제기를 ‘쿠데타 세력의 공작’으로 규정한 발언도 나왔다. 장관을 엄호한다고 여당 의원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논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연일 증폭시키고 있다. 중요한 민생 이슈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끝도 없는 정쟁으로 허비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부당하게 공격하니까 대응하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왜 이럴 때만 심장이 뜨거워져 무리한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 국민 전반의 감정을 살펴서 말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고 앞다퉈 강성 발언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장 의원의 연설을 다시 듣고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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