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바지락이나 감자탕이나


떠나 산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인가, 귀국하면 무슨 음식을 같이 먹을까 끌어주는 친구는 신기하고 드물어서 하늘이 잠시 문 열고 나와 햇살을 만 개쯤 뿌리는 것 같네. 아버지도 어머니도 멀리 가시고 한 이불 쓰던 동생도 벌써 떠났다. 같이 살다 죽자던 어린 날 단짝들도 하나둘 구름만 남기고 어디론지 가고 외롭다 할지, 춥고 허전하다 할지, 가을비 맞는 인구의 무덤가에 다시 섰다. 거기서는 잘들 모여 살고 있는 거냐. 감자탕의 감자는 식물성이 아니고 돼지의 척수를 이른다고 알려준 친구도 해장에는 바지락칼국수가 최고라며 소주 한잔 털어 넣고 맑은 국물을 뜨는 친구들 입맛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나는 바지락에는 겉절이가 제격이던데 이제는 나이 들어 당해내지도 못하면서 해장 소주 몇 잔에 눈물이나 참는, 바지락에 겉절이나 펄펄 끓는 감자탕이 의사인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당신은 모른다. 벼랑 끝에서 찾아낸 수많은 헛발질의 억울하고 매운 맛, 함께 굴러다니고 싶어 찾아 헤매던 맛, 얼큰하고 깊고 맵싸한 곳만 찾아다니는 나도 언제 한 번쯤은 모여 살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런 건 다음 세상의 일일까.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 중

시인의 가족과 친구들이 어디론가 떠난 뒤 음식을 같이 하자고 권하는 이도 많지 않다. 이 땅을 떠난 지 오래 돼 입맛마저 친구들과 달라졌지만, 한 번쯤은 모여 살기를 바란다.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간 시인 겸 의사 마종기가 5년 만에 시집을 냈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아주 멀고 멀리 산 넘고 바다 건너에 살고 있는 고달픈 말과 글을 모아서 고국에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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