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터에 뿌리 내린 교회, 이웃 섬김의 요람으로

상이군인·장애인·노숙인 등 섬김 힘쓰는 수원 창훈대교회

이상복 창훈대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수원 장안구 교회 앞에서 인근 지역이 창훈대(彰勳臺)로 불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수원 교육청사거리부터 보훈원 앞에 이르는 1.1km 구간 도로. 보훈로라 불리는 이곳은 지역 주민들에게 호국의 얼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직후 민족훈련단 육군훈련소가 있었고 1960년대부터는 6·25전쟁 유가족이 거주하며 자활자립의 터전이 돼 준 국립양로원, 아동보육소, 직업재활원 등이 세워졌다. 지금은 국립보훈원 보훈교육연구원 보훈요양원 보훈복지타운 등 보훈시설이 밀집돼 있다. 예부터 주민들이 이곳을 ‘널리 공적을 알려 드러낸다’는 뜻의 창훈대(彰勳臺)로 부르는 이유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모인 곳. 그 한복판에서 56년 전 시작된 신앙공동체가 창훈대교회입니다. 당연히 낮은 자를 향한 섬김이 목회의 중심일 수밖에 없지요.”

창훈대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8월 수원역 광장에서 노숙인들과 식사를 나누기 전 복음을 전하고 있다. 창훈대교회 제공

지난 17일 만난 이상복(51) 창훈대교회 목사는 지역의 역사와 창훈대교회 목회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 손에는 십자가의 복음을, 다른 한 손에는 빵과 사랑을 들고 상이군인과 유가족, 장애인, 노숙인, 독거노인 등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섬기는 일에 진력해왔다. 철저하게 지역의, 지역을 위한 교회로서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교회의 주요 사역은 크게 장애인 섬김, 예마(예수님의 마음), 나눔 실천, 장학과 교육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장애인 분야는 섬김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온전한 통합을 보여주는 모델로 정착했다.

“이곳에 살던 상이군인들이 교회의 설립 멤버이고 그 자녀들이 오늘의 창훈대교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됐습니다. 공동체의 토양 자체가 장애에 대한 배타적 시각이 싹틀 수 없는 것이었지요. 자연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스럼없이 함께 예배와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고 장애인 성도가 그룹 리더로서 비장애인 성도들을 이끌어 가곤 합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복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문화가 창훈대교회의 자산이자 영적 브랜드입니다.”

지난해 12월 25일 수원역 광장에서성도들이 노숙인들을 위로하며 함께 성탄나눔예배를 드리고 있다. 창훈대교회 제공

교회는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 가정과 시설을 돕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이 복음 앞에 서게 하려고 매주 한 차례 모임을 갖는 수원밀알선교단을 위해 20년 넘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지역 내 독거노인이나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웃을 돕는 ‘예마 사역’도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15인으로 구성된 ‘예마 사역팀’이 100여 가정을 위한 1주일 분량의 반찬을 손수 만든다. 배달 역시 사역팀의 몫이다. 반찬 전달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돼 드리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다.

수요일 밤이 되면 수원역 앞 노숙인들을 향해 사랑 나눔의 바통이 전달된다. 비 바람 눈이 닥쳐와도 수요예배를 마친 오후 9시면 노숙인 섬김 사역팀의 발길은 늘 수원역을 향한다. 매주 150인분에 달하는 육의 양식뿐 아니라 영의 양식도 빼놓지 않는다. 30분가량 함께 드리는 찬양과 예배가 마음의 굶주림을 덜어 준다. 지난해엔 사역팀의 도움으로 자활자립에 힘써온 한 노숙인이 사역팀의 일원이 되는 감격을 맛봤다.

이 목사는 “교회의 지속적 섬김에 감동한 시장 상인들이 식사 준비에 필요한 농수산물을 후원해주기도 한다”며 “각박하고 어렵기만 한 것 같아도 세상을 살맛 나게 만들기 위해 자기 처소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보태는 모습에 성도들이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교회 식당에서 지역 내 소외이웃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담그는 성도들. 창훈대교회 제공

이 밖에도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창훈대 장학회’, 교회 인근 대학 개강 때마다 수제 핫도그 2000개를 만들어 청년들을 응원하는 ‘핫도그 전도’,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과 평생교육을 책임지는 ‘늘푸른대학’ 등 지역교회, 선교적 교회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역이 많다.

이 목사는 “교회가 꾸준히 지역의 필요에 시선을 돌리고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선교적 교회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섬김이 곧 창훈대교회 목회의 출발점이자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창훈대교회도 사랑 나눔에 힘써온 다른 교회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이웃과 살갑게 대면하며 펼쳐왔던 사역들을 멈춰야 했다. 감염 확산을 막고 이웃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십수 년째 이어 오던 사역에 쉼표를 찍어야 하는 아쉬움이 작지 않다. 하지만 이 목사는 기다림 가운데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예배는 ‘온라인’이란 도구를 활용해 지속할 수 있었지만, 섬김 사역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기에 한계가 많아 마치 손발이 잘린 듯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섬김의 열정이 넘치는 성도들은 서로 기도제목을 나누며 사역 재개를 기다리고 있어요. ‘잠시 멈춤’ 기간을 지혜롭게 보내지 않고 서두르다 보면 ‘중단’이란 더 큰 악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시 출발’을 위한 창훈대교회의 걸음은 계속될 겁니다.”

수원=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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