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연예·스포츠 > 연예

결국엔 작품성에 무릎 꿇나… 뮬란, 흥행 시큰둥

원작 등장인물 빠지며 큰 이질감… 여성 서사 약하고 발랄함도 없어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디즈니 영화 ‘뮬란’의 한 장면. 중화권 스타 류이페이(유역비)가 출연하고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로 화제를 모았으나 엉성한 만듦새와 홍콩 등 아시아권의 ‘보이콧’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보이콧 논란 속에 지난 17일 베일을 벗은 디즈니의 대작 ‘뮬란’은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원작 마니아들마저도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핵심 설정들이 수정된 데다 디즈니 특유의 재기발랄함도 찾기 어려워서다.

디즈니의 메가히트작 중 하나인 동명 애니메이션(1998)을 실사화한 ‘뮬란’은 중화권 스타 류이페이(유역비)가 주연을 맡고 총제작비 약 2억 달러(약 2381억원)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라 제작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예에 특출한 뮬란이 북쪽 오랑캐 침입으로 나라가 위험해지자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나간다는 스토리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등장인물과 일부 구성을 비틀면서 이질감을 자아낸다. 애니메이션에서 뮬란 친구이자 조력자로 등장한 작은 용 무슈는 사라졌고 뮬란의 상관이자 연인인 남자 주인공 리 샹 장군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마녀 시아니앙을 추가했는데 뮬란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디즈니는 과거 ‘말레피센트’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자사 만화영화를 실사화해 연이어 히트를 시켰다. 이번에 ‘뮬란’을 꺼내든 이유는 최근 대중문화에서 여성 서사가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앞서 자매의 이야기를 전면에 세운 ‘겨울왕국’으로 스토리텔링 능력을 인정받은 디즈니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핵심인 여성 서사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션 뮬란이 피땀 어린 훈련으로 전사가 되는 것과 달리 유역비의 뮬란은 선천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묘사돼서다. 영화 제작진은 이를 위해 뮬란에게 ‘기(氣)’라는 능력을 부여하는데,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오리엔탈리즘으로 보일 수 있다. 원작에서 불후의 명곡으로 불리는 ‘리플렉션’을 엔딩 크레딧에서나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다양한 전법과 무기를 활용한 블록버스터 전투 장면은 공들인 티가 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아시아권 보이콧 움직임 속에서 향후 흥행 여부도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홍콩 민주화운동이 불붙던 지난해 8월 유역비는 본인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글을 올려 대만·홍콩·태국 등에서 ‘보이콧’ 운동을 촉발했다. 여기에 디즈니가 엔딩 크레딧을 통해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공안국에 감사를 표하자 논란은 더 증폭됐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강제로 가두고 인권을 탄압한다는 의혹을 받는 지역이다. 자애로운 뮬란의 아버지 역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타이 마가 시진핑 주석과 판박이라는 이야기도 온라인에 돌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논란은 차이나 머니 등을 이유로 영화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으로 모인다.

논란의 영향인 듯 중국에서조차 지난주 주말 극장가에 개봉한 ‘뮬란’은 2320만 달러(약 270억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앞서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중국에서 개봉과 동시에 3000만 달러 매출을 올렸었다. ‘라이언 킹’(5430만 달러), ‘정글북’(4920만 달러), ‘미녀와 야수’(4480만 달러) 등 디즈니의 중국 첫 주 박스오피스 성적에서도 하위권이다. 국내에서도 개봉 첫 주 주말 흥행에 실패했다. 21일 영진위에 따르면 ‘뮬란’은 지난 주말(18~20일) 동안 12만500여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15만2041명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