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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커지는 빈부격차…교육·일자리 양극화 심해진다

코로나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지난 18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섬 북동쪽 카라테페에 새로 설치된 난민캠프에 입주하기 위해 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화재로 전소된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캠프 체류자들을 새 임시 수용시설로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는 거처를 잃은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던 빈부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교육, 공중보건, 일자리 등에서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빈곤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팬데믹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한 아이들 원격 수업 받기 어렵다

15세 세르히오 메루비아에게 학교 수업을 따라간다는 건 거리에서 손 소독제를 계속 팔아야한다는 의미다. 원격 수업을 듣는 데 필요한 인터넷 요금을 낼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루비아는 코로나19 이후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비자발적으로 원격 수업을 받게 된 300만명의 볼리비아 학생 중 한 명이다.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가상학습의 시대’는 볼리비아의 심각한 빈부 격차를 조명하고 있다”면서 “볼리비아 통신당국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40%, 도시가 아닌 지역에선 3%의 인구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CEPAL)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남미 전체 인터넷 보급률은 67%다. 그러나 국가·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인터넷 연결이 잘 되는 나라에서조차 농촌 등 외곽 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은 40~50% 수준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지방의 인터넷 보급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소수인종·저소득층·난민에 피해 집중

취약계층은 바이러스에도 취약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숨진 21세 이하 미국 국민 중 히스패닉과 흑인, 미국 원주민이 75%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소수인종은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보험을 들지 않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사망자 수는 부유층이 사는 지역의 2.5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카탈루냐 지방 전체에서는 빈곤층과 부유층의 사망자 격차가 5배에 달했다.

국가간 경제력 차이는 백신 확보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세계 인구의 13%가 사는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의 51%를 이미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난민들에겐 코로나19가 재앙이다. 난민캠프에선 거리두기를 하기 어렵다. 지난 9일 화재로 시설 대부분이 불에 탄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캠프엔 최대 수용인원인 2757명의 4배가 넘는 1만2600여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저임금 일자리

코로나19로 빈부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건 실업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와중에 저학력·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더 많이 사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 세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기는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면서 “미국 내에서 대졸자 실업률은 4.8%포인트 올랐지만, 고졸 미만의 학력을 가진 노동자들의 실업률은 두 배인 9.7%포인트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무 증빙서류가 없고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이민자보다 고통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이민자 가정의 자녀는 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층의 실직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옥스팜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전 세계에서 4억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러나 중남미 지역 억만장자 73명의 재산은 3월 이후 총 482억달러(약 57조7000억원) 늘었다.

격차 해소를 위한 실험들

팬데믹은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도전적인 실험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지난 5월 유럽연합(EU)에 ‘범EU 기본소득제’ 도입을 제안했다. 같은 달 스페인은 국무회의에서 빈곤층 85만 가구에 가구당 최대 1015유로(약 138만원), 연간 30억유로(약 4조1000억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미국 여러 주에서 도입하려는 ‘백만장자세’도 눈길을 끈다. 고소득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 지원에 쓰겠다는 것이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지난 17일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기존 8.97%에서 10.75%로 올리는 데 민주당 지도부와 합의했다.

중남미에선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고 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는 인터넷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학생들이 TV로 원격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페루 기업 ‘와와’는 태양광 패널로 충전할 수 있는 친환경 노트북을 생산해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그레그 미첼 세계경제포럼(WEF) 라틴아메리카 지역 총괄은 “많은 국가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솔루션을 통해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 역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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