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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대화 통해 돌파구 여는 실무형… 한·일 관계 개선 기대”

[논설위원의 이슈&톡] 호사카 유지 교수 인터뷰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치 스타일과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대표적인 ‘책사’로 규정하며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했다. 아베 정권 계승을 천명해 당장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가 총리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실무형이라서 기대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가 정권은 친미·친중파가 내각에 함께 포진해 있는 만큼 미국, 중국까지 고려하면서 일본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서 귀화한 호사카 교수는 상당히 능통한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국민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한국말로 이뤄졌다.

스가 총리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는 어떤 인물인가.

“1948년 일본 아키타(秋田)라는 동북지방에서 딸기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교 졸업 후 상경, 도쿄의 골판지 공장에 취직했다가 가장 학비가 싼 호세이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대학 때는 가라테부에 소속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체력을 다졌다. 나이가 71세지만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윗몸일으키기를 100회씩 한다고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치라는 생각으로 대학 선배인 국회의원을 찾아가 비서가 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책사’다. 1차 아베 정권 때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설득해 총재 선거에 나서도록 했고, 2차 아베 정권 때도 애초 총재 선거에 나갈 생각이 없던 아베를 설득해 나가도록 했다. 아베 정권에서 관방장관으로 7년8개월을 함께했다. 가장 어려운 자리인데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하루 2회 기자회견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부처 간 업무조정 작업이었다. 그는 아베와 한몸으로 일했고,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정치스타일을 갖고 있다. 현재 스가 내각 지지율은 70%대로 역대 정권 중 3위다. 일 잘하는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키타 농가, 소위 흙수저 출신의 성공 스토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건강 때문에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또 다른 이유는 없나.

“건강 악화 때문에 사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회식도 잦았고, 와인도 많이 마셨다고 한다. 궤양성 대장염이 심하다면 그렇게 못한다. 또 총리 건강은 보통 극비 사안이다. 그런데 지난 7월부터 건강 악화 얘기가 아베 전 총리 보좌관 등 주변 인물에서 나왔다. 8월엔 두 차례나 병원을 공개적으로 다녀왔다. 그만두겠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코로나19 대책 실패, 스캔들 문제 등으로 여론이 악화해 정권 유지가 어려운 형국이었다. 지지율이 악화해 최저 2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아픈 것 등에 대해 동정 여론이 많다. 사임 발표 다음 날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5%까지 올랐다. 어쨌든 자민당은 정권 유지에 성공했고,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스가 총리가 되지 않았나.”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전망한다면.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고 한 만큼 조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한·일 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초쯤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현금화)이 되지 않나. 이것이 현실화하면 일본 외교에서 엄청난 실패로 스가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화하고 싶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한국의 태도 변화가 없고, 일본도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험하기 어렵다. 다만 스가 총리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다. 실무형이라서 기대할 만한 부분도 있다. 스가 총리의 정치 스타일은 사전교섭, 물밑접촉 등을 많이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그런 것을 잘 이용해 일본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 즉 경제 보복은 변화가 있을 수 있나.

“일본 쪽에서도 수출 규제 안 풀면 지소미아 종료 얘기가 11월 말쯤 다시 나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한국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잠시 중단했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재개한 것에 대해 일본은 불만이 많다. 양보 카드로 이를 보류하거나 일시 중지시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스가 총리는 좀 더 이성적이기 때문에 이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별도 사안으로 풀 수도 있다. 특히 사실상 경제보복으로 수출 규제를 주도했던 이마이 다카야 총리비서관 겸 보좌관을 스가 총리가 취임하면서 총리관저에서 내보낸 것도 좀 더 이성적인 대화를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아베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정권의 ‘숨은 2인자’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아베노믹스를 고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북·일 관계는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북한 쪽에서는 스가 정권에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 다만 물밑접촉이 시작될 수는 있다. 스가 정권이 아베라는 존재에서 얼마나 멀어지느냐가 북·일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스가 총리가 취임 나흘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고 미·일동맹 강화를 합의했다고 하는데, 향후 미·일 관계는.

“스가 정권에서 국방·외교 부분은 사실상 아베 전 총리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쪽 영향력이 반영됐다고도 할 수 있다. 외교·안보 내각 인사는 친미파인 ‘아베-아소’ 라인에서 많이 들어왔다. 다른 내각은 친중·친한파인 ‘스가-니카이’ 라인이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즉시 스가 장관을 다음 주자로 점찍어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 그를 총리로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당초 중국은 스가 정권이 니카이 라인이라 기뻐했지만 방위상에 아베의 친동생인 ‘대만통’ 기시 노부오가 임명되자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기시 방위상은 지난 1월에도 대만에 가서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했을 정도로 친대만 인사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만, 일본, 미국의 안보 강화 측면이 반영된 인사다. 스가와 니카이는 경제 회생에 방점을 두고 중국,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가 정권에서 한·일 관계를 잘 풀려면 미국, 중국까지 포함한 일본의 상황을 좀 더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호사카 유지(64)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다. 1956년 도쿄에서 태어난 호사카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재일교포 등 한국인 친구들을 좋아하게 됐고, 중·고등학교 때는 라디오를 통해 한국어 방송도 많이 들었다. 80년대 NHK TV와 라디오에서 한글 강좌를 시작, 독학으로 한국말을 배웠다. 대학 때 우연한 기회에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 알게 됐는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원래 역사 공부를 좋아했으나 렌즈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이공계를 선택, 도쿄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한·일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를 연구했는데, 당시 일본이 남겨놓은 20만권 정도의 방대한 관련 책이나 서류 등을 연구하려면 계속 한국에 있어야 했고 그러려면 귀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귀화를 신청해 2003년 허가받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독보적인 독도 연구자인 그는 1990년대 말부터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남아 있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연구,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확실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현재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같은 대학 독도종합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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