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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고립 7개월… 자폐아들 증상악화에 엄마도 무너져 [이슈&탐사]

[코로나 블루, 또 다른 재난] <3부> 언택트, 배려가 없었다 ① 코로나 블랙에 빠진 사람들


김혜정(가명·51)씨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고3 아들 태영(가명·18)군의 퇴행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아이였는데 얼마 전 학교에서 유리창을 깼다. 집에서 물건을 던지고 엘리베이터에서는 쿵쿵 뛰는 일이 잦아졌다. 혼잣말도 심해졌다. 본래 아들은 대중교통을 타고 혼자 등하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었다. 아이가 사회에 혼자 적응할 수 있도록 10년 넘게 쏟았던 정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듯했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애가 물건을 막 던져요. 본인도 답답하니까 시위하는 건데, 그때 제주 사건이 생각났어요. 극단적 선택을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던…. 그 심정이 이해가 가는 거예요.”


아이의 퇴행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전염병이 아니라 전염병 대책에서 비롯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대면(언택트) 정책이 강화되면서 학교 가는 날이 줄었다. 장애 아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태영이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고, 아이는 집안에 고립됐다. 설상가상 김씨는 이 와중에 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두 달 반 정도 입원하고 돌아왔더니 애가 살이 10㎏이 쪄 있었어요. 아이가 힘들어하니까 비위를 맞춰주려고 계속 달래고 먹이고 하니까. 우리 엄마들끼리는 ‘사육하는 거 같다’고 그러거든요. 애가 눈빛도 완전히 변해 있고. 보자마자 눈물이 나서 엉엉 울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는 보육을 전담해야 하는 부모 모두의 부담을 키웠다. 코로나 블루가 3040 주부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이유다.

기본권을 통제하는 방식의 전염병 확산 방지책은 이처럼 국민 모두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취약계층에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방역 정책에 의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더 불공평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 반 4~5명도 ‘3분의 1’ 등교


조민주(가명·51)씨 딸 선민(가명·16)양은 일반 중학교 특수학급에 다닌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은 그를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이 대우했다. 원격수업이 시작되자 특수반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처럼 온라인 수업에 로그인해 강의를 들어야 했다.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선민이는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조씨가 온종일 붙어 앉아 일일이 챙겨야 했다. 딸은 지난 학기 비장애 학생들과 같이 듣는 음악, 미술 등 과목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지난 21일 등교수업이 재개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선민이는 1주일 학교를 나가고 2주일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는다. 이 학교 특수학급 학생은 총 10명이 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인원 3분의 1 등교’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됐다. 정부는 특수학급의 등교를 학교장 재량에 맡겼고, 학교 측은 ‘비장애 학생과 마찬가지로 원칙대로 하겠다’고 했다. 조씨는 “한 반에 네댓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얼마나 밀집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지난 7개월 내내 아이는 비장애인처럼 지내기를 강요받았다. 전염병 확산이 심했던 지난 2월 말 전국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사회안전망마저 멈추면서 하루 3~4시간, 월 90시간 제공되는 활동지원서비스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맞벌이하는 조씨 부부는 장애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 아이를 가만히 있게 하려고 업무 보는 틈틈이 동영상을 틀어주고 식사를 챙겼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공간이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숨을 못 쉬겠는 거예요. 우울증 상담을 받고 싶지만 병원 갈 시간조차 없어요.”

여름 방학이 되자 더 버티기 어려웠다. 언니에게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아 아이를 맡아 달라”고 사정해 숨통이 조금 트였다. 대책 공백을 메운 건 결국 가족이었다.

엄마도 살고 싶다


박경자(가명·62)씨는 며칠 전 아들 민수(가명·28)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자신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받아온 약을 아들에게 몰래 줬다. 그녀가 수면제를 건넨 건 살기 위해서다.

아들은 지적장애와 뇌변병장애가 있는 중증·중복발달장애인이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완전히 막히면서 아들은 좀체 잠이 들지 못했다. 하루 두어 시간 잤다.

민수 상태가 악화할수록 박씨 삶도 침전해 갔다. 아들이 잠에서 깨면 함께 깨야 했다. 아들 활동이 멈추면서 그녀 삶도 고립됐다. 다른 부모들과 만남은 꿈도 꾸지 못했다. 활동보조사가 집에 올 때 잠깐 장을 보고 병원 다녀오는 게 전부다. 지난해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종일 아들과 붙어있자 증세가 더 심해졌다. 그녀는 수면제를 먹인 날 아들과 함께 모처럼 7시간을 잤다며 울먹였다.

지능이 두 살 수준인 아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마스크를 강제로 씌워 주면 잡아당겨 끈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매번 실랑이를 벌이다 집 앞 산책마저 어려워졌다. 매일같이 다니던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은 문을 닫았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아들을 받아주는 치료시설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올해 아들과 집 밖을 걸어본 일이 손에 꼽을 정도다. 비대면 정책은 박씨에게 보통사람보다 더 큰 희생을 강요했다.

“한 달에 2~3일이라도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숨이 막혀.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서 죽겠어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있는 거야. 진짜 앞이 하나도 안 보여.”

취약계층에 더 불공평한 언택트

이성희(가명·46)씨는 집에서만 지내는 뇌전증 아들(15)과 함께 무기력해졌다. 컴퓨터 화면만 봐야 하는 온라인수업을 중학생 뇌전증 환자가 집중하리라는 건 애초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텔레비전만 보는 아이와 6개월을 붙어 있으면서 무기력이 전염됐다.

그의 가정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졌다. 남편은 에어컨 설치 기사인데 올해 날이 덥지 않은 데다가 외부인을 집에 들이기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수익이 줄었다. 남편은 집에 오면 짜증을 냈고 아빠가 좋다고 옆에 붙어 있으려는 아들에게 관심을 주기 어려웠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다.

장애인 가족들은 이들처럼 모두 탈진 상태였다. 지칠 대로 지친 부모들은 복지관 외에 호소할 곳이 없지만 그곳 역시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이씨 등 부모들은 그간 복지관 담당자에게 시설을 열어 달라고 수도 없이 읍소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장애인복지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담당자들도 정부 지침이 답답할 따름이다. 한 복지관 담당자는 “진짜 우리가 필요한 시기인데 출근해서 다른 일을 해야 하니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우수명 대림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가정방문 상담은 전화 상담으로 대체됐는데 한 번에 10~20분 정도 소요됐던 시간이 1시간 넘게 늘었다고 한다”며 “장애인들이 갇혀 있다 보니 우울 증세가 심해지고 부모들은 거의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사들도 답을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 서비스를 강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접촉이 불가피한 의료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건 생명이 위협되기 때문이다. 장애인 돌봄 서비스도 마찬가지”라며 “무조건적인 멈춤은 당사자들에겐 죽음에 준하는 고통”이라고 했다. 이어 “취약계층에겐 코로나가 블루 수준을 넘어 암담함을 뜻하는 블랙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문동성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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