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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달려가는 귀성길… 情이 환하게 ‘ON’

“집 떠날 계획 없다” 81% 온라인 성묘·비대면 차례… 대행 서비스도 성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할머니께서 먼저 ‘내려오지 말라’고 말씀해주셔서 올해 귀성은 포기했어요. 저희 가족은 다 모이면 총 19명이나 돼서 만약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있다면 집단감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에 거주하는 임모(25)씨는 올 추석에 경북 예천군에 계신 외조부모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으로 가족 모임을 대신하기로 했다. 임씨는 “올해 초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했기 때문에 내가 감염될까봐 고향에 못 갔는데, 이번에는 수도권의 재감염 사태가 심한 탓에 혹시나 내가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이동하지 못하겠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오랫동안 못 봐서 그립지만, 두 분 다 80대이신 탓에 혹시나 감염된다면 더 위험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귀성 자제 권고가 내려진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언택트 추석’을 보내고 있다. 지역 간 이동과 대가족 모임을 자제하는 이들이 늘었고, 온라인 성묘·비대면 차례 등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33·여)씨도 올해 추석에는 귀성을 하지 않고 가족 등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김씨는 “원래는 할머니, 삼촌 가족들까지 20명이 넘는 가족이 울산 큰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할아버지 산소에 가지만 올해는 서울 밖으로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만 연휴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긴 명절 연휴기간 동안 여행을 가거나 가족 모임을 갖던 이들도 자발적으로 ‘추석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고향이 충남 대천인 오모(51·여)씨도 “예년 추석 같았으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근교로 나들이를 가거나 맛있는 식사라도 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외식도 웬만하면 지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가족들끼리 서로 바빠서 평소에는 잘 못 만나고 그나마 명절에 한 번씩 만나 안부를 나누는데 확산세가 얼른 잡혀 예전처럼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유학, 취업 등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이들도 명절 귀국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본 오사카에서 5년째 거주하는 안모(29)씨도 명절때면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지만 “만약 귀국한다면 2주간 자가격리만 하다가 휴가가 끝날 것 같아 한국행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안씨는 “지난 1월 일본에서 결혼도 했지만 아직 직접 뵙지 못한 채 영상통화로만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고 있다”며 “지난해 추석 이후로 한 번도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 가족이 잘 지내는지 걱정되고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이번 연휴에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명절 의례를 직접 하는 대신 성묘나 차례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찾는 이들도 많다. 인천시설공단 인천가족공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성묘’ 서비스는 지난 7~18일 예약 기간에 총 3206명이 신청했다. 인천가족공원 사업단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범적으로 운영한 서비스인데 호응도에 따라 추후 계속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강보현 정우진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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