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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대체할 수 없지만 이젠 온라인 공연이 유일 희망”

인디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인터뷰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사진) 대표는 올 봄만 해도 가을에 기대를 걸었다. 그때쯤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질 줄 알았다. 이전에도 공연계 대목인 봄에 여건이 좋지 않았다가 가을에 만회한 적이 있어 비슷한 흐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고 대표는 “이전에도 세월호나 메르스 유행처럼 봄에 공연을 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가을로 공연을 연기해 연매출을 맞출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가을까지 상황이 좋지 않아 심각한 겨울을 맞게 될 거라는 무력감이 공연계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음악계의 대표적 대목인 봄과 가을을 모두 놓치면서 매출은 급감했다. 고 대표는 지난 17일 ‘2020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자사의 3~8월 공연 매출이 전년 대비 87% 급감했다고 소개했다. 공연의 비중이 큰 인디레이블 입장에서 무대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회사 전체 매출도 56% 줄었다. 그는 “봄부터 공연을 준비했다가 취소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며 “확진자 수가 감소해도 공연 준비 기간에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공연 진행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공연 중단으로 인한 업계 피해 역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지난 2~7월 사이 전국에서 539건의 공연이 취소됐고, 손해액만 1212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윤동환 협회 부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아지면서 분위기가 조금 나아지긴 했다”면서도 “소규모 클럽 공연은 그나마 할 수 있게 됐지만 중극장 이상은 아직 힘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황 호전에 대한 기대가 옅어지는 한편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은 커졌다. 고 대표는 온라인 공연을 떠올리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공연의 경우 현장감이 떨어지고, 기존에도 이미 해오고 있던 거라 별로라고 생각했다”며 “그림도 다 비슷비슷하고, 오디오 퀄리티도 안 좋은데 사람들이 돈까지 내면서 보게 될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공연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플랫폼만 온라인으로 바꾼 그저그런 공연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는 인디 레이블의 온라인 공연 ‘적정 기술’에 대한 고민 끝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로나’라는 공연을 기획했다. 기존 온라인 공연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물량 투입에선 제한적인 현실을 감안한 결과였다. 액션 카메라를 장착한 멤버들의 시선으로 공연을 촬영한 후 추후 편집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위, 아래 사진은 공연 영상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물론 대형 기획사의 온라인 공연처럼 해외 팬덤에 기대거나 대규모 기술 투자를 통해 시청각 경험을 제공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궁리 끝에 인디 레이블만의 ‘적정 기술’을 장착한 공연을 기획했다. 소속 가수 중 퍼포먼스가 상대적으로 강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내세웠다. 액션 카메라를 멤버들에게 장착하게 해 멤버들의 표정이나 공연 풍경을 담아내면 새로운 비주얼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멤버들이 각자의 카메라를 들고, 동시에 찍는 셈이 되니 촬영자도 별도로 필요하지 않았다. 멤버 5명을 포함해 고 대표까지 10명으로 진행했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시청각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일단 무료로 공연을 내보냈다. 온라인 기부는 받았다. 기부를 통한 매출은 오프라인 공연의 8분의 1수준이었다. 반면 비용은 오프라인 대비 1.5배 넘게 들었다.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내려다보니 오디오나 비디오 사후 작업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아직 첫 걸음이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 대표는 다음 기획 콘셉트로 ‘라이브 파사드’를 잡았다. 건물 벽면을 이용하는 미디어 파사드처럼 건물 방 마다 아티스트를 넣고 원거리에서 당겨 찍는 방법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앞선 공연이 미리 제작해 이후에 내보내는 방식이었다면 다음 공연은 라이브로 시도해볼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연계 전반의 인식이다. 비용이나 수익면에서 오프라인 공연만큼 성과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 대표 역시 온라인 공연을 보완재로 본다. 그는 “지금 상황에선 온라인 공연이 유일한 희망이다. 공연 수요는 여전히 있을테니 콘텐츠화해서 모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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