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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28시간 표류→34시간 만에 피격… 월북했다면 왜?

실종서 사망까지 34시간 재구성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모(47)씨는 약 28시간 동안 작은 부유물에 의지해 바다를 표류하다 북한 선박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다.

신발만 남기고 사라진 이씨

24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측 2.2㎞ 해상에서 근무 중이던 어업지도선 승조원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이씨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승조원들은 선내를 수색했지만 선미 우측에 나란히 놓인 이씨의 슬리퍼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오후 12시51분 해양경찰청에 이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한다. 실종 신고는 보고 계통을 따라 유관기관에 전파됐다. 오후 1시50분부터 해경과 해군 함정, 해양수산부 선박 20척과 해경 항공기 2대가 투입돼 수색에 착수했다. 오후 6시부터는 대연평도 및 소연평도 해안선 일대에 정밀 수색도 개시됐다.

실종 사실 파악 이후 28시간이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정부는 이씨가 북한 선박과 마주친 정황을 포착한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북방한계선(NLL) 이북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기진맥진한 채 1명이 겨우 올라탈 수 있을 만한 부유물 위에 올라타 있는 실종자를 발견한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북한 선박이 이씨와 거리를 둔 상황에서 오후 4시40분 북한 승조원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이씨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며 진술을 듣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선박이 이씨로부터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 선박은 계속 이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이씨를 관찰했다. 군 당국은 이즈음 첩보를 통해 실종자가 이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 2시간 뒤인 오후 6시36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씨의 수색 상황과 북한에서 실종자가 발견됐다는 첩보 내용이 담긴 서면보고가 처음 이뤄진다. 이어 오후 9시쯤 군 당국은 이씨를 사살하라는 북한군 상부의 지시를 포착했다. 이어 오후 9시40분 북한 단속정에서 해상에 있는 이씨에게 총격이 이뤄진다. 이씨의 실종이 확인된 지 34시간10분 만이다. 이어 오후 10시11분쯤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군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떠 있는 이씨의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연평부대 감시장비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이 관측된 것도 이때다. 오후 10시30분 청와대도 북한이 이씨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바로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11시부터 밤 12시 사이 서욱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실시간으로 상황이 보고됐다. 청와대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한다. 그 사이 오전 1시26분 이씨 실종 이전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내용으로 녹화된 문 대통령의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이 공개됐다. 23일 오후 1시30분 국방부는 이씨 실종사건을 최초로 발표했다. 이어 오후 4시35분 군 당국이 유엔군사령부와 협의 아래 이씨 실종 사실과 북측의 대응 사실을 문의하는 대북 전통문을 발송했지만 북한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자진 월북 판단 배경은

군은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던 점, 어업지도선에 이씨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던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하고 있던 점,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이 근거다. 군 관계자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표류하다 북한 선박을 만나자 겁에 질려 월북 의사를 표현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위 네 가지 사안을 보면 군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월북 의도는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인 데다 자녀도 2명이나 있는 이씨가 수온이 급격히 떨어진 이른 아침에 38㎞가량을 부유물 하나에만 의존한 채 헤엄쳐 월북을 시도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브리핑에서 “이씨는 동료들과 월북 얘기를 나눈 적이 전혀 없다”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도, 증언도 없다”고 말했다. 또 “근무 중에는 구명조끼를 입는 게 맞다”며 “다만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 놓은 것으로 봐 단순 실족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자진 월북 타진 정황을 담은 군의 첩보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준구 손재호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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