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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손끝으로 장보세요 情까지 배달합니다

전통시장의 변신

배달의민족은 지난 22일 ‘전통시장’ 페이지를 오픈했다. 배달의민족 캡처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시장에서 ‘풍전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정순림(67)씨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로 배달을 시작한 후 손님들이 올려주는 댓글 보는 재미에 빠졌다. “얼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손님이지만 ‘재구매’라고 뜨는 걸 보면 ‘아 단골이 되셨나보다’ 하죠. 처음엔 어떻게 댓글을 보는지도 몰랐는데 이젠 손님들 댓글 찾아 읽는 게 재미예요.” 단골손님이지만 얼굴도 모르고 대화도 못해 아쉽진 않냐고 하니 “전혀요. 오히려 부담도 안 되고 저는 상품 잘 만들어서 보내는 것만 하면 되니까 편하고 그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들면서 전통시장으로 향하던 손님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이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이뤄지면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전통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협업하거나 자체적으로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부의 도움으로 라이브커머스 판매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상인들은 비대면, 온라인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며 “당장의 매출 상승보다도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온라인 주문 및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네이버와 쿠팡이츠, 놀장, 배달의민족이 있다. 네이버의 ‘동네시장 장보기’와 놀장은 전통시장과 제휴해 전통시장 안에 있는 가게들의 음식부터 반찬, 식재료 등을 한 번에 구매한 뒤 2시간 내로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전통시장 내 떡볶이, 김밥 등 음식점의 메뉴를 개별적으로 배달 서비스해 앞의 두 곳과는 비슷한 듯 다르다.

한 손님이 서울 강동구 둔촌역전통시장에서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쿠팡 제공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에 활력을 불어넣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는 현재 서울, 경기 등 지역에서 40개 전통시장이 입점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는 현재까지 서울지역 22개의 전통시장에서 배달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27곳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놀장은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16개 시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통시장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의민족은 서울 내 전통시장 4곳(잠실 새마을시장,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 봉천제일종합시장)과 먼저 제휴를 맺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서울·경기 등 40개 전통시장에서 파는 음식과 식재료를 2시간 안에 배달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배달 서비스를 시행 중인 전통시장 상인들은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진 않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화곡본동시장 상인회장인 임성택(67)씨는 “시장 상인의 20% 정도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상인들은 전에 비해 매출이 좀 올랐다”며 “나 같은 경우는 배달 매출이 하루 10만원 안팎으로 나오는데 많이 파는 가게는 60만~80만원씩도 판다. 상인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시장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곳도 있다. 대전 동구 신도꼼지락시장은 전통시장으로는 처음으로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 백호진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장은 “‘찾아가는 전통시장 한마음장터(전통시장 장보기)’ 밴드에서 주문을 받아 직접 냉동 탑차로 배달을 하고 있다”며 “처음보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배달 가능 범위를 2㎞에서 4㎞로 넓혔다. 11월 초에는 우리 시장 전용 앱도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 신도꼼지락시장은 지난 2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위메프와 함께 라이브커머스로 굴비 등을 판매했다. 위메프 캡처

전통시장의 변화는 라이브커머스로도 퍼지고 있다. 이 경우는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정부의 도움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지난 22일 소진공은 위메프와 협업해 신도꼼지락시장에서 판매하는 추석선물 제품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했다. 당일 상품을 판매했던 마카롱 가게 ‘반가워요 오늘’의 대표 유다혜(29)씨는 “사실 처음엔 10개나 팔릴까 싶어 기대를 안했는데 23일 주문서를 받아봤더니 250개가 판매됐더라”며 “부모님도 ‘생각보다 잘 됐다’며 놀라셨다. 소셜커머스에 제가 직접 입점해서 판매해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지난 6~7월 진행했던 ‘대한민국 동행세일’에서 소상공인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한 이후 티몬, 위메프, 롯데온 등과 협업해 소상공인 라이브커머스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매주 월,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가치데이’와 위메프와 단독으로 진행하는 ‘어디까지 팔아봤니’가 있다. 중기부는 ‘어디까지 팔아봤니’에서 진행된 라이브커머스 3회차 만에 10억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참여한 소상공인협동조합 중 일부는 라이브커머스 당일 매출액이 전년도 매출액의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상공인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회의감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백 상인회장은 “라이브커머스가 해볼만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부 도움 없이 직접 하기는 어렵겠더라”며 “내가 팔았던 굴비는 오히려 시장에서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게 매출이 더 잘 나왔다. 포장비, 택배비를 제하고도 더 싸게 판매해야 경쟁력이 있을 텐데 그런 걸 생각하면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동행세일 이후엔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은 상품과 가격에서 차별화를 둬야 성공하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시도에 의의를 두는 데 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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