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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 풍미한 추억의 국산 자동차, 다시 볼 순 없는 걸까

오래 전 단종 무쏘·코란도·갤로퍼, 마니아들 레트로 차 제작 잇단 요구

쌍용자동차 SUV 무쏘가 1993년 8월 12일 서울 강남구 한국종합전시장(현 코엑스)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쏘는 2005년 단종될 때까지 국내에서 모두 26만대가 팔렸다. 국민일보DB

무쏘, 코란도, 갤로퍼…. 오래 전 단종된 국산차들이 잊을만 하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정확히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예전의 디자인을 유지한 채 성능을 최신식으로 개선한 ‘레트로’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국산차들을 다시 볼 순 없는 걸까.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은 지난달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51명을 대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1990~2000년대 자동차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SUV 중에서 쌍용자동차의 무쏘가 1위(38.7%)를 차지했다. 현대차 갤로퍼(26.7%)와 쌍용차 뉴코란도(14.1%)는 그 뒤를 이었다. 경차와 세단 중에는 대우자동차 티코와 에스페로, 현대차 스쿠프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쌍용차 뉴 코란도와 현대자동차 갤로퍼(위부터). 국민일보DB

언급된 차들은 요즘 신차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성능이 떨어진다. 디자인은 파격적이거나 투박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세기말 감성’을 좇는 이들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재출시하면 사겠다”는 이들도 많다.

엔카닷컴 사업총괄본부 박홍규 본부장은 “최근 90년대 감성이 소비 트렌드로 부각하면서 20년 넘은 희소성 있는 중고차에 관심을 두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현대·기아차와 같은 제조사들도 레트로나 한정판 수요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만드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는 기본적으로 대량 생산과 판매에 목표를 두고 있다. 수익을 얻지 못하면 후속 신차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레트로 차량의 인기를 정확히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쌍용차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자금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레트로 차량 양산이 쉽지 않다”며 “시대 흐름에 따라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는 운동화, 가방 등 잡화와 달리 예전의 디자인만 다시 가져오더라도 신차에 준하는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간다. 차의 움직임, 운전자의 안전 등에 영향을 주는 모든 값을 연구해야 해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디자인이 바뀌면 공기 저항, 무게 배분, 연비, 핸들링 등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 부품 배치와 설계도 달리 해야 한다”며 “레트로 차량은 거의 신차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조사들은 이같은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고민하며 다각도로 방법을 찾고 있다. 쌍용차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코드명 J100은 무쏘의 단종 이후 처음 나오는 중형급 SUV다. 튼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무쏘처럼 정통 SUV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는 복원까진 아니어도 국내 최초의 양산차 ‘포니’를 모티브로 한 순수전기차(EV) 콘셉트카 ‘45’를 공개한 바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레트로 차량을 만들 수 없다면 오래된 중고차를 갓 출시된 것처럼 복원하는 ‘리스토어’나 적절히 개조하는 ‘튜닝’ 등이 실질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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