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때 까지 6시간 지켜만 본 軍… “北이 그럴 줄 몰랐다”

첩보자산 노출 우려 조치 안취해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피격 및 시신 훼손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모(47)씨가 북한에 있음을 포착했는데도 우리 측 해역이 아니고, 첩보자산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곳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해상 완충구역임에도 정부는 합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지만, 군사합의의 세부항목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이씨가 실종되고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할 때까지 34시간이 넘는 동안 감시장비에 포착되지 않는 등 우리 감시망의 ‘사각지대’도 노출됐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등산곶 일대 해상에서 이씨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북한군이 이씨에게 총격을 가한 시간은 이로부터 6시간가량 후인 오후 9시40분이다. 군은 이씨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북한 해상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즉각 대응할 수도 없었으며 북한이 사격에 시신 훼손까지 할 것으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첩보자산으로 자진 월북 시도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북측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북한이 이씨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파악한 시간은 사격 30여분 뒤인 오후 10시11분이다. 감시장비가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을 관측했는데 군은 이씨의 실종 사실을 공개한 23일 오후에도 이런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시신 훼손) 정황은 인지했지만 확정할 순 없었다”며 “불빛과 정황이 정확히 일치하는 등의 종합적인 분석 결과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 동안 보였다”고 말했다. 시신 행방에 대해선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 감시망의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이씨가 실종되고 피격 사망할 때까지 34시간이 넘는 동안 이씨는 감시장비에 포착되지 않았다.

이씨를 처음 발견한 정황을 포착한 것도 군 감시장비가 아니라 시긴트(SIGINT·신호정보) 첩보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시긴트로 얻은 ‘첩보’는 역정보 가능성이 있어 영상, 사진 등으로 확인하는 정보보다 신빙성이 떨어진다.

서 장관은 “사람 한 명이 (바다에) 빠져서 움직이는 것은 우리 감시장비로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고 전투실험을 해본 결과 감시장비 능력을 볼 때 한계가 있다”며 “추가적인 감시장비 운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해상 완충구역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임에도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은 맞지만 군사합의의 세부 항목 위반은 아니다”며 “그래서 북한의 행위에 대해 정부 성명으로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합의엔 (반대 진영에서) 넘어온 인원을 사격하라 이런 내용이 없고, 완충구역 내 사격이 제한되는 건 포병”이라고 말했다. 이씨를 사격한 북한군은 해군이다.

합의에 따라 서부지역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상호 10㎞ 구역에서는 무인기를 띄울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군사합의 이후 군 감시능력의 한계가 이번에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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