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잡는 수술 받았더니… 당뇨·고혈압·고지혈증까지 잡았네

비만대사수술 늘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이한홍(맨 오른쪽) 교수가 비만대사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을 계기로 수술로 비만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김지윤(33·가명)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날씬한 몸매가 아니었다. 키 163㎝에 몸무게 101㎏의 거구였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8.0㎏/㎡으로 ‘고도비만’에 해당됐다. 2년 전엔 당뇨병 판정을 받아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다. 당뇨병 기준이 되는 당화혈색소(HbA1c)가 10.4%로 정상 기준치(6%이하)를 훌쩍 넘었다. 간 수치도 높아 지방간 진단도 받았다. 모든 것이 비만에서 비롯됐다.

식욕억제 약물 치료와 운동으로 86㎏까지 감량한 적도 있으나 얼마 안돼 요요 현상으로 원상복귀하곤 했다. 대인 기피증에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비만수술을 받고는 모든 걱정에서 해방됐다. 수술 1년이 지난 현재 그녀의 몸무게는 65㎏을 유지하고 있다. 인슐린과 먹는 당뇨약은 모두 끊었다. 간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했다.

김씨의 신체적, 정신적 우환(憂患)을 덜어준 비만수술은 ‘비만대사수술’로도 불린다. 만병의 근원인 비만은 특히 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대사 이상에 의한 질병의 발병을 크게 높인다. ‘병적 비만’ 환자의 경우 수술로 이런 대사질환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식사 조절이나 운동, 약물 치료를 우선 시도한 후에도 체중 감량이나 감량 체중 유지에 실패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비만대사수술임은 1991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공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비만대사수술이 크게 늘었다. 약 1000만원 하던 수술 비용이 보험급여로 200만원대로 떨어져 환자 부담이 덜어졌기 때문이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사람은 2148명(사용량 2371건)이었다. 이한홍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그간 보험되기만을 기다렸던 환자들이 작년에 많이 수술 받았다. 하지만 아직 국내 고도비만 환자의 15% 이내일 것”이라며 “숨어있는 환자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건보 혜택을 받는 대상은 BMI 35㎏/㎡이상인 고도비만이거나 30㎏/㎡이상이면서 2형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하지 관절질환, 위식도역류증, 천식 등 대사와 관련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다. 환자 본인 부담률은 20%다. 다만 기존 내과적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BMI 27.5㎏/㎡ 이상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수술 치료 시 본인 부담률은 80%로 높아진다.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크기를 줄여 빨리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섭취제한’ 방법과 소장(음식 및 영양분 흡수 담당)의 일부분에 음식물이 지나지 않고 내려가도록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흡수제한’ 방법, 혹은 두 가지 방법을 조합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섭취제한 방식으로 위 일부를 잘라내 용량을 줄이는 ‘위소매절제술’이 현재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이뤄진 비만수술의 68.7%가 이 방식으로 이뤄졌다. 위의 왼쪽 작은 부위(소만위)를 남기고 오른쪽 통통한 부분(대만위)을 잘라내는 것이다. 위의 용적 감소에 따른 식이제한과 조기 포만감 유발 효과가 크다. 또 대만위 중간 부위 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촉진 호르몬 ‘그렐린’의 감소로 식욕 감소 효과도 동반된다. 남아있는 위에 내시경 검사도 가능해 이후 위암 검진 등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위우회술은 위를 식도 부근에서 작게 남기고 잘라 나머지 위와 분리한 후 소장을 끌어올려 연결하는 방법이다. 섭취를 억제하면서 음식 통로를 우회시켜 영양소 흡수를 제한함으로써 수술 후 혈당 조절 효과가 위소매절제술 보다 뛰어나다. 2형 당뇨병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에게 추천된다.

이밖에 다양한 비만대사수술법이 있는데 비만 정도, 동반질환, 생활습관, 개인 선호도 등을 고려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 후 결정하면 된다. 이 교수는 “위밴드술의 경우 가수 고(故) 신해철씨 사망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로 대학병원에서는 거의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개원가에서 여전히 시행하고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 치료 효과는 극적인 체중 감소로 인한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장기간 추적 관찰에서 보여준 30% 정도의 사망률 감소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0~60%, 당뇨병 관련 사망률은 85%, 암 관련 사망률은 46% 줄여준다는 연구 보고가 나와 있다.

또 수술 1~2년 내에 자기 초과 체중의 60~80%를 감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런 효과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며 환자 나이, 건강상태, 수술 종류, 동기부여, 가족·친구들의 도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비만수술 후 체중 감소는 현재 체중에서 이상 체중을 뺀 초과 체중의 50% 이상 감소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받으면 비만 동반질환의 96%가 사라지거나 개선될 수 있다. 당뇨병을 갖고 있는 환자의 85%가 수술 후엔 인슐린이나 먹는 혈당강하제 없이도 혈당이 조절된다. 고혈압을 가진 이들의 60~70%는 혈압약을 완전히 끊거나 적은 용량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비만수술은 복강경으로 이뤄지며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매우 낮다. 이 교수는 “수술 후에는 3개월간 영양 교육 및 운동 상담이 필수”라면서 “하루 60g 정도의 단백질 섭취, 1.5ℓ의 물 마시기, 탄수화물 식사 자제 등을 꾸준히 지켜야 하며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격일로 하루 40분씩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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