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벽 문 대통령 지시는 왜 없었나… 공무원 사살 의문점

시신 소각 이후 보고까지 10시간… 국정원-통전부 소통 채널 미가동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놓고 여전히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 새벽에 외교안보라인 장관들이 모두 긴급 소집된 사안이었음에도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는 점,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할 정도로 소통채널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이 채널을 정작 우리 국민을 지키는 데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감청 내용 등을 토대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월북 정황을 공개했지만 유족은 가능성을 일축하며 연일 반발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내놓은 사건 및 대응 일지를 보면 실종된 이씨가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북한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된 후 이 내용을 문 대통령이 서면으로 보고받은 오후 6시36분까지 3시간이 소요됐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이씨의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첩보를 입수한 22일 밤 10시30분에서 이에 대한 대통령 대면보고가 이뤄진 23일 오전 8시30분까진 무려 10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대응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고, 종전선언을 촉구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전 세계로 송출됐다. 이씨가 사살됐다는 보고를 문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받았다면 이 사실을 알고도 기조연설을 한 것이고, 사실을 몰랐다면 청와대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는 셈이 된다. 청와대는 다만 “기조연설은 사전녹화라 수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남북 간 소통채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5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과 12일 주고받은 친서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렇다면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연락채널이 살아있었다는 얘기인데,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서 이 채널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가능해진다. 이씨가 북한에 있다는 정황이 우리 군에 입수되고 사살되기까진 6시간이 걸렸다. 이씨의 표류 정황이 포착되고 대통령 첫 서면보고까지 걸린 시간도 2시간이어서 실시간으로 보고가 이뤄졌다면 북한에 관련 내용을 전달할 시간이 충분했었다는 지적이다.

이씨의 월북 여부를 놓고도 정부와 유족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감청 내용 등을 토대로 이씨의 월북을 거의 기정사실화했지만 이 감청 내용을 밝히지 않아 유족은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특히 월북 방식과 관련해 군은 “오래 근무한 이씨가 조류의 흐름을 파악해 월북했을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지만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오래 근무하고) 수상계 학교를 나왔다 해서 당일 조류의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유족은 또 배에서 일하다보면 신발을 벗을 수 있고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군이 제시한 월북 정황 근거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군은 해경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제공 범위와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핵심인 첩보 자료(제공)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첩보 상당수는 보안등급이 높은 SI(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I의 경우 대북첩보 수집 수단과 방법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수집 방식은 물론 존재 자체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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