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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처벌은 요구 않고… 정부·여당 “김정은 사과한 게 중요”

월북·피살 경위 명확하지 않은데 이번 사건 톤 다운 하는데 급급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 관련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배경 등에 대한 여당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진상규명 공동조사를 거듭 요청했다. 정부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한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지도 하지 않은 채 북한의 ‘신속한 사과’를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우리 군 선박들의 우리 수역 내 수색활동에 대해 오히려 ‘해역 침범’이라며 경고를 보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관계장관 회의를 긴급 소집한 뒤 북측에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한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 등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만 재차 요구했을 뿐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 회의의 첫 번째 결정 사항은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의 결과 중 ‘북측 책임자 처벌’과 같은 요구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 불과 사흘 전 강경하게 북한을 비판했던 톤이 한층 낮아져 통상적인 남북 협력요청공문에 가까워 보인다.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발 ‘사과’ 표현이 나온 이후 정부가 한결같이 북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이틀 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이 이씨를 사살하겠다는 현장 보고를 사전에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발적 사고’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여권의 흐름도 싹 바뀌었다. “이례적이고 진솔한 사과”(박 국정원장) “신속하게, 두 번씩이나 ‘미안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발표한 적은 없었다”(이인영 통일부 장관) 같은 발언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은 “사실관계보다 훨씬 중요한 게 북한이 사과했다는 점”이라며 “시비를 가릴 만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여권 외곽에서는 도를 넘는 발언도 분출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 위원장을 “계몽 군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 큰 지도자” 등으로 평가해 야당 반발을 불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화장(火葬)’ 표현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고 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여당 지도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왜곡, 은폐하려 애쓰는지 잘 말해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제안했던 국회 대북규탄결의안마저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야권이 제안한 긴급현안질의를 거부하면서 대북결의안도 함께 유명무실한 상태로 몰아간 셈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발 기사를 통해 우리 측의 공동조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자체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고, 시신을 습득할 경우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 생각해두고 있으니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는 취지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예견됐었다.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서 북한은 발포한 군인을 조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김영선 강준구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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